[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인 4일 오후 후손들이 강원 강릉시 영동공원묘원에서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지내고 있다. 성묘를 지낸 후손들은 귀가하고 있다. 2017.10.04. /뉴시스

유사 이래 처음이라는 열흘간의 장기추석연휴를 틈타서 오랜만에 종산에 모셔진 조부모님과 부모님 산소, 형님들이 잠들어 계시는 국립묘지와 공원묘지, 그리고 납골당을 찾아 성묘를 했다. 삼대가 모여 전국에 흩어진 여러 곳을 찾느라 사흘간의 가족효도여행이 되었다. 찾는 곳마다 주과포와 송편과 전적 그리고 고인의 평소 기호음식을 준비하여 진설하고 성묘 후 뒷정리를 하는 것도 일거리였지만, 산속에 자리한 산소까지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았으며, 교통 혼잡의 동서분주와 명절연휴의 남북숙식하다 보니 여러 날을 함께하는 시간 마련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마지막 날 성묘 평가회를 하는데, 이번 같은 어려움을 덜고 더 정성껏 모시기 위해 노년층에선 납골묘를 설치하여 윗대에서 5대 후손까지 한곳에 모시자하고, 중년에선 화장하여 명산대찰의 납골당에 모시자는데, 청년층은 수목장이나 바다에 뿌리자고 한다. 최종결정은 산 사람들 의견 따라 현충원의 형님만 남겨놓고 모든 분들을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자연 장으로 모실 것에 합의했다. 관혼상제의 풍속이 가가례니 집안마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음인데, 이로 인한 폐해가 너무 심하여 시대성의 가정의례법률과 관련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전통과 보수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면서 시류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런 아집으로 누천년을 이어왔으니 쉽게 바뀌지 않았으리라.

맑은 정신에 잘 바꾸어서 잘 못된 것 바로 잡아 후손에 물려주면 눈에 흙을 집어넣어야하는 쓰라린 고통을 겪진 않을 텐데, 영(靈)이 떠나 의식 없어 황소고집 꺾이니 천오백도에 불태워져 쇠절구에 분골돼도 자식 이기지 못하고 시류를 따른다.

세사난측의 시류가 잘못되었다고 분개하면서도 그 가랑비에 흠뻑 젖은 짐 무거워 벗어나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깜짝 놀랄 새로운 변화(革新)에 빨려들어 그 흐름에 적응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으며, 예전엔 왜 바보처럼 그런 생각을 못했고, 이런 세상 구경 못하고 죽은 이들이 이제라도 깨달으면 얼마나 억울해할까!

결코 풍속이 모두 다 잘못된 것은 아니며, 세월 따라 변하는 시류가 다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좋다고 졸졸 따르는 시류도 요즘엔 조석으로 바뀌니 급류보다도 더 빨라 지척분간의 겨를 없어 나갈 길 못 찾아 역류하기도 한단다. 어쩌랴! 모두 다 우리의 소산이니 우리가 책임질 수밖에.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산과 들의 돌 위에 뉘어 놓아 날짐승의 먹이로 최종보시를 하다가 보기 흉해 평생을 일구며 파먹던 땅에 묻어 흙으로 되돌려 주더니(身土不二), 이젠 영원한 자연인이 되라고 분골을 바람에 실어 광활하게 탁 트인 하늘나라로 고이고이 떠나보낸다. 앞으로는 어떤 장례가 나타날까!

추석과 설 명절에 차례를 올리고 조상의 묘를 찾아 음덕을 기리는 것이 모든 행동의 근본인 효(孝)라며 일상에서 부모에 대한 효의 실천을 목청 높여 그렇게 독촉하고 있지만, 너무 쉽게 변하는 시류는 인성교육진흥법에서도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8대 덕목 중 가장 소중하다는 효를 삭제하자는 어불성설의 발상을 서슴지 않고 있다. 급진의 시류가 동방예의지국 인성의 시류를 무너뜨리지 않을까 저어된다.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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