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기자단] 10. 한지 / 모모샘 정지영 산따라물따라자연학교 대표

'닥종이'라고도 불리는 한지는 닥나무 또는 삼지닥나무의 껍질을 원료로 만든 우리 나라 고유의 종이이다. 두껍고 질겨서일까?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1966년에 발견되기까지 천년이 넘게 그 형체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었다니 그 비밀이 궁금하다. 이 땅에 질 좋은 닥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한지는 질기고 수명이 오래 간다는 것 외에도 보온성과 통풍성이 뛰어나 창호지로 쓰면 문을 닫아도 바람이 잘 통하고 습기를 잘 흡수해서 습도 조절의 역할까지 하니 살아 있는 종이라고 할 만하다. 한지를 겹쳐 발라 옻칠을 한 한지로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한다고 한다. 한지가 천년의 수명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화학반응을 쉽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모샘 정지영 (산따라물따라자연학교 대표)

닥나무의 섬유길이 자체가 길어 목재펄프보다 조직 자체의 강도도 뛰어 나기도 하지만 섬유질을 균등하게 분산시키기 위해 독특한 식물성 풀을 사용한다. 황촉규라고도 하는 식물의 뿌리의 점액질을 풀감으로 사용한다. '닥풀'이라고도 하는 황촉규는 섬유가 빨리 가라앉지 않고 물 속에 고루 퍼지게 하여 종이를 뜰 때 섬유의 접착이 잘되도록 한다.

한지의 비밀을 알고 나니 한지가 최고의 종이가 될 수 있도록 해 준 일등공신인 황촉규의 꽃에 은은한 달빛이 흐른다. 제 빛은 아니지만 태양의 빛을 머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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