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클립아트코리아

길고 길었던 이번 연휴에 저도 아내와 함께 경남 거창엘 다녀왔습니다.

몇 번 다녀온 길이었지만 아무래도 낯설어 'T map'의 신세를 졌습니다. 애들 어렸을 때 차타고 여행을 가면 아내는 길치라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제가 지도를 찾아 미리 공부하고 이정표를 놓치지 않는 덕에 딸아이는 제게 '걸어 다니는 내비'라고 별명을 붙이곤 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와서 다닐 때 주눅이 들었던 탓입니다. 길 어둡지, 말씨는 충청도 전형적인 사투리 탓에 가게 가서 물건하나 제대로 사질 못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왜 그런지 몰라도 '서울깍쟁이'란 말이 보편화되어 눈뜨고도 코 베어 간다고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영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구경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가 처음이었으니 더욱 움츠려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촌티내지 않으려고 서울 시내를 마구 돌아다닌 덕에 서울지리는 훤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 오랜만에 서울에서 약속을 하고 찾아가려면 하도 많이 변한 탓에 그냥 찾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폰의 신세를 지게 됩니다. 참 편리합니다. 상호, 주소, 전화번호 아는 대로 입력을 하게 되면 아무리 구석에 있는 조그만 곳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걸어 다니는 것은 그렇다 쳐도 상당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경우는 더 신기합니다. 아마 이번 연휴에는 수천만이 이동해야 했으니 GPS의 이용도 엄청 났을 겁니다. 세상에 인공위성을 우리 모두가 제각기 쓰다니, 얼마 전까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GPS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GPS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이라고 합니다.

1964년부터 미국 해군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하여 사용하다가 1983년 레이건대통령에 의하여 민간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계기가 당시 소련영공에 들어갔다가 격추당한 KAL기 사건이라니 우리와 무관하질 않습니다.

GPS는 우주부분, 관제부분, 사용자부분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우주부분은 1993년 쏘아올린 24개의 인공위성에 의하여 신호가 보내진다고 합니다. 고도 2만Km에서 하루 두 번씩 지구를 돌며 신호를 보낸 다네요. 지구의 어느 지점에서든 4개 이상의 위성이 동시에 보이게 되면 신호수신을 받아 위치결정이 가능하답니다. 각 위성은 별도로 구성된 신호와 해당위성에 대한 정보신호를 동시에 발생시켜 수신된 위성신호에 삼각측량법을 사용하여 수신기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관제부분은 24개 GPS인공위성을 통제하는 곳입니다. 미국에 1개의 주관제소가 있고 세계적으로 10개의 관제국이 있으며, 나라별로 감시사무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중앙감시사무소는 대전에 있고 전국적으로 11개의 관제국이 있다고 하네요. 관제소는 GPS에서 보내는 위성신호를 추적해주는 것이 주요 기능이라고 합니다. 대전 사무소에서는 GPS위성의 궤도와 위성안의 원자시계와의 오차를 수정해준다고 합니다.

세 번째, 사용자부분은 내비게이션 수신기입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GPS위성 안에는 정밀한 2개의 세슘과 2개의 루비듐 등 4개의 원자시계가 있어 이 시계의 정확한 시각과 위성의 위치를 내비게이션에 보내주는데 3~4개의 위성이 동시에 보내주어 한 점을 결정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소 3~4개의 인공위성이 보여야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고가도로 밑이나 터널, 지하차도에서는 작동이 안 되는 것이지요.

이 같은 GPS이용은 차량뿐 아니라 선박, 항공기, 미사일, 기상연구 등 다양하게 확대될 것입니다. 현재는 약 20m정도의 오차가 나오지만 앞으로는 cm단위의 오차로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북극성으로 방향잡고, 해와 달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가 이제 각 개인이 인공위성을 찾아 길을 찾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는 일도 이처럼 정확하게 갈 길을 찾아주는 시대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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