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영화 <남한산성> 스틸샷 / 뉴시스

영화 속의 이야기이다. 최근 영화 '남한산성'이 인기가 높다.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느낌은 다르겠지만 필자는 왕과 신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사결정 방식에 관심이 높았다. 물론 화법도 흥미로웠지만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현상을 주목했다.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는 신하의 질문에 왕은 이렇게 답한다. "아껴서 오래 먹이되 너무 아끼진 말아라." 왕과 영의정의 한 토막 대화도 의미 있다. "경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왕의 물음에 영의정은 화를 내듯 일일이 물어보지 마라 한다. 정해지면 따르겠다고 한다. 왕이 더 말을 잇지는 않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는 뻔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서도 늘 벌어지는 일이다. 영화는 왕과 조정 중신들의 대화 장면에서 현 시대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잘 되는 조직과 안 되는 조직의 차이는 간단하다. 일 잘하는 조직은 잘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조직이다. 일 잘하는 조직은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그렇지 않는 조직은 일하기 힘들다. 일하기 좋은 환경이란 물리적 환경도 있지만 비 물리적 환경도 중요하다. 경영전문가들은 가장 일하기 좋은 환경의 하나로 '의사 결정 중심의 조직'을 꼽는다. '결정하는 조직 행동하는 조직'의 저자 마르시아 블렌코는 '의사 결정력의 점수=의사 결정의 우수성×속도×실천력-노력' 이라는 수식도 만들었다. 간단한 수식이므로 이해가기 쉽다. 간단히 풀어보면 의사결정은 속도와 실천력이 중요하고, 심사숙고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성과 조직을 연구한 모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제대로 의사 결정할 확률은 4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심사숙고 하는 것보다 빠른 결정이 낫다는 의미이다. 경영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구조적 의사결정에서 비구조적 의사결정까지 다양한 의사결정 속에서 기업은 돌아간다. 아껴서 먹되 너무 아끼지는 마라는 식의 결정이라도 빠른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다음 의사결정과정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그러나 질문에 답이 없고, 결재 요청에 결재가 늦어진다면 시기를 놓칠 뿐만 아니라 실천할 수가 없으며 또한 기회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빠른 의사결정의 장애는 불안감이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의 공통점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고 한다. 인간은 대체적으로 유한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지를 단순화 시킨 후에 자신이 만족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의 만족된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 결정할 수 있어야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일반적인 생산계획은 수주이후 수요예측을 기초로 기준생산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생산에 참여하는 각 공정마다 생산리드타임을 줄여가면서 공정시간을 초(秒)단위로 관리할 정도의 생산 공정 부하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한다. 특히 모든 공정의 원활한 작동이 생산성을 줄이는데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느 한 부문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전체의 생산성을 가장 늦어지는 공정에 맞추어 결정이 난다. 이를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 TOC)이라고 한다. 최소비율의 법칙과 같다. TOC에서는 생산개선기법, 100% 장비가동률, 공정비용의 최소화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생산성의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의사결정시간이다. 제약조건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의사결정시간이다.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지식의 원천은 개인이다. 지식의 확실성도 개인에 의해 보장된다. 그것이 경험적으로 얻어지든 합리적으로 판단되든 자신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혹자는 자만(自慢)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는 결정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만한 것이 낫다. 누구나 개인이 확실한 지식을 획득하는 모종의 신비한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신(神)과 같은 결정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합리적 선택을 하면 된다. 그래야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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