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변호사

/클립아트코리아

'엄마, 며칠 있으면 정말 누나랑 네 밤 동안 할머니 집에서 같이 놀아요?' 아직은 휴일을 어린이집에 가는 날과 가지 않아도 되는 날로 단순하게 구별하는 어린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4일간 사촌누나랑 같이 잠도 자고, 같이 놀 수 있냐'고 필자에게 재차 물으며 '무슨 날이에요'라고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이의 물음에 자동차를 운전 중이던 필자는 별 생각없이 '아~ 그 날은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날인데, 명절이라고 해'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별 생각 없이 대답을 한 후 문득 어린 아이에게 잘못된 뜻을 알려주었을까 두려운 마음에 검색해보니, 명절이란 '전통적으로 그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날'이란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었고, 특별한 생각 없이 내뱉은 대답이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 안도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날'인 명절이 지난 후 벌써 2주가 다 되어 가는 이 시점에도 '명절 뒷풀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종종 발견되고, 심한 경우에는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다 이혼 상담 문의 전화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명절의 의미를 '노동에서 해방되어 쉴 수 있는 연휴'라는 뜻에서 '가족이 모여 즐기는 날'이라는 뜻으로 인식하게 되는 듯하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점차 '가족들이 모여 즐기는 날'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즐기는'의 의미를 빼고, '가족이 모여 불편한 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명절 직후 이혼 상담 문의는 가급적 면담 일정을 최대한 여유롭게 잡는다. 왜냐하면 명절연휴 짧은 시간에 느꼈던 불쾌한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기 마련이고, 평소의 결혼생활에 관한 소소한 불만만으로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 직후 이혼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명절동안 결혼으로 갑자기 생긴 새로운 가족의 말투 등 풍습이 본인이 자란 가족의 그것과는 미묘하게 다르고, 미묘하게 다르다보니 딱히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현하기도 어려운 정도의 오해가 발생하고, 본인 이외 새로이 생긴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결국 본인에게 발생한 오해를 전혀 이해받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반복된 오해를 해소하지 못하다보니, 결국에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영 변호사

물론 새로운 가족구성원을 이유 없이 괴롭히려는 의사를 가진 고약한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일종의 오해가 대부분이다. 그 오해의 시작은 '말, 말투' 등에서 비롯된다. 가족은 혈연관계가 아닌 이상 결혼식을 함으로써 그 날부터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물론 법적인 부분은 논외로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면서 서서히 감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명절에 가족이 다 함께 만나서 즐겁게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가족과 얼마나 많은 기쁨을 함께 했는지를 우선 떠올리고, 함께 기뻐하였던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기뻐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을 듯하다. 명절에 갑자기 만난 가족에게 걱정스러운 상황에 대한 조언 또는 부모·자식으로서의 역할에 관한 요구 등은 자칫 불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기억하고, 서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당면한 문제에 관한 대화보다는 함께 보낸 지난 시간에 관한 뿌듯한 기억을 소환하는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라면 더욱 '귀에 쓴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매우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대화를 하면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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