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청주 안덕벌에는 옛 연초제조창이 있다. 한때 근로자는 3천여 명에 달했고 인근에는 술집이 100여개가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곳이다. 1946년 만들어진 건물이 얼마나 크던지 대로변을 지나는 사람들은 건물에 가려진 뒷동네 모습을 알 길이 없다.

안덕벌은 1950년 이른바 '보도연맹'사건으로 남자 40명이 잡혀간 슬픔이 있는 곳이다. 법원은 2011년 11월 30일 청주·청원지역 국민보도연맹원들의 유족 25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사람의 한이 어찌 돈으로 치유되겠는가. 홀로 남은 과부들은 두부와 콩나물을 팔며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워냈고 그 자식들의 나이가 환갑을 넘겼을 만큼 시간은 속절없이 지났다.

이 안덕벌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고 있다. 원래 예술가들이란 '마이더스의 손' 아닌가. 현재 안덕벌에 입주해있는 예술가들은 약 40팀 정도 되는데 카페를 운영하기도 하고 버스킹공연을 열기도 하며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한다. 그들의 활동은 골목골목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모습이 주민들은 대견하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안덕벌은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소소한 이태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0월 20일 안덕벌 주민 한마당 축제가 열렸다. 원래 동네잔치가 농경사회 추수를 끝내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벌이는 마을 축제가 아니던가. 도시화가 진행되고 농경문화는 사라졌지만 아파트가 몇 채 없는 덕(?)에 안덕벌은 아직도 그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다.

이정원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여기에 올해는 젊은 예술가와 외국인들까지 합세했다. 그야말로 글로컬 축제다.

이제 안덕벌은 청주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1단계 민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시는 이 도시재생 사업에 '문화'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번듯한 건물이라면 어느 도시에든 많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높은 연초제조창 넘어 안덕벌의 골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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