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청 반재홍 경제투자실장 등 청주시 실·국·소·청장들이 24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중훈 상당구청장의 음주측정 거부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공직기강 확립과 청렴실천을 다짐했다./신동빈

청주시공무원들의 일탈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30대 초반의 하위직뿐만 아니라 50대 후반의 현직구청장까지 사회적 물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저히 공직자가 한일이라고 믿기 힘든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 '공시(公試)'라는 말이 나올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무원이 된 젊은 직원이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는가 하면 부하직원들의 모범이 돼야 할 간부공무원은 술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적발됐지만 음주측정마저 거부했다. 나사가 풀릴 대로 풀린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공직기강이 무너진 청주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법을 위반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불구속 입건된 공무원들은 죄질이 좋지 않다. 참신한 발상과 청렴한 자세로 공무원 사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야할 젊은 공무원은 7개월간 보도방을 운영하고 성매매를 알선했다. 그는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유흥업소 구인 인터넷사이트와 생활정보지등을 이용해 여성도우미를 모집한 뒤 시내 유흥가에서 보도방을 운영했다. 이 정도면 공무원이 본업인지, 보도방 운영이 본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공무원이 '공복(公僕)'이라면 누가 믿겠는가. 음주운전 구청장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중부매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감지기에 음주반응이 나왔고 호흡과 채혈측정은 거부했다"며 "술 냄새가 많이 났고 비틀대며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음주량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태에서 운전을 했으니 만약 사고를 냈으면 본인은 물론 인명피해를 낼 뻔 했다. 구청장이면 수백 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기관장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면 당연히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지만 음주운전에 음주측정 거부까지 했다. 공직자로서 책임감 부재에 공직윤리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청주시는 지방선거 때마다 시장이 바뀌었어도 일부 공무원들의 마인드는 늘 그대로다. 아무리 공직기강 테스코포스팀을 만들고 고강도 기강 확립에 나서도 놀라울 정도로 변한 게 없다. 올해는 더욱 심해졌다. 지난 8월엔 40대 공무원이 청주시 복대동 한 상가 화장실에서 여성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또 업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된 모 공무원은 징역 1년에 추징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모 기능직 공무원은 시 청사 본관 사무실에서 간부 공무원을 무지막지하게 구타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 최소한의 공직기강이 살아있는 지자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아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늘 형식적이고 전시행정적인 대책만 난무했다.

청주시의 공직기강이 흐트러지고 조직이 이완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승훈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시장의 조직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말단 공무원은 물론 간부공무원까지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뚜렷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남은 임기동안 열일을 제쳐놓고 공직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 있는 간부공무원들부터 과감히 물갈이를 하고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중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공직사회가 더 문란해 질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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