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다큐 시선 - 결혼 파업 / EBSDocumentary (EBS 다큐) 유튜브 캡쳐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1년이 넘어섰다. 처음 시립도서관에 발령 받고 이용자와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포부를 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이 생생한데 시간은 속절없다. 백세시대에 아직 정오에도 오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으련만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시간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매해 반복되는 일정이지만 곧 연말이 다가온다는 중압감이 밀려온다. 가정이나 직장생활에 충실했는지, 내 삶의 만족이나 행복도가 어느 지점에 와 닿아 있을지 고민스러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을지, 채찍질을 해야 할 지 말이다.

불안한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삶이 펼쳐질 것만 같아서 30대를 학수고대했는데 벌써 40대를 준비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밀려오니 나이 먹기가 싫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나조차 이러한데 20년, 30년 경력을 지닌 직장선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노하우와 내공을 가진 분들을 보면서 장점을 쏙쏙 모아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시는 분, 탁월한 능력을 재능처럼 가지신 분, 사람을 잘 챙기시고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사람은 자기가 마주한 상황만 보이니 글에서 육아와 맞벌이의 고충을 많이 털어놨던 것 같다. 40대 후반 여직원분이 전화를 주셨다. '수현씨 나도 그랬는데 시간 금방 지나가. 힘내.' 얼마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자연스레 그 말이 생각이 난다. 반대로, 풋풋한 신규직원이 들어오니 조직의 활력도 되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것 같다. 똑똑하고 다재다능하며 애교까지 탑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능력을 인정받지만 야근만 연속인 부서는 원치 않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저녁 있는 삶을 꿈꾸는 젊은 세대와 헌신하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낳았던 이전세대의 생각의 차이는 조직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정년을 보장받는 한 조직에서 한명의 가장이 혼자 밥벌이를 하고도 2-3명의 자녀를 키울 수 있었던 이전 세대들은 '요즘 얘들은 왜 저럴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시대도 변했으니 세대 간의 시각차는 너무도 당연하다. 얼마 전 눈여겨봤던 EBS 다큐시선에서 결혼파업이라는 타이틀로 제작된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고민들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너도 아직 새파랗게 젊어 라고 할지 모르지만 청년과 중년 사이 어디쯤에 있는 중간자로서 세대 간 차이를 서로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일상과 직장 생활에서건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일명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옛날에는 말이야, 나 때는 이랬는데......' 이 말을 함구어로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기존세대가 생각했던 정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했는데 더 좋은 성과를 얻었다든지, 내가 하는 방식이 옳으니까 너도 무조건 동일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강요는 넣어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너는 왜 나처럼 못하느냐 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그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 해볼 수 있는 지혜는 필요하니 말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들도 이전 세대에게 배울 것은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되 각 세대마다 가지고 있던 시대정신과 고민은 다르다는걸 이해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세대 공감이 조직문화를 이끄는 큰 틀이 될 수 있다. 세대 공감을 위해서는 세대 간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은 필요충분 요소다. 주변을 보자. 이 사람도 힘들고, 저 사람도 힘들다. 우리는 힘겹게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 서로 서로를 이해로 품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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