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6. /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서 긴 명절 연휴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이 재 구속이후 첫 재판에서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재판자체를 부인하는 듯 작심 발언을 쏟아 낸 후, 이어진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의 재판에 대하여 논쟁이 진행중이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극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런 논쟁들은 박근혜의 구속여부가 정당한지에 대한 견해차이로 귀결되는데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박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매우 비인권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쟁점까지 부상하고 있다. 먼저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에게 구속이라는 것은 신병의 자유가 박탈당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준다는 점은 대부분 이해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반발하는 근본 이유는 이미 6개월 이상 재판이 진행되면서 많은 심리가 이루어진 혐의를 근거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별건구속으로 위법하고, 나아가 정치적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기 때문에 매우 부당하는 취지로 이해된다. 형사 피고인으로서는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논리이고 이는 피고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고려에 의한 영장발부라는 취지의 주장은 쟁점이 다소 벗어난 것 같다. 오히려 스스로 유죄의 예단하에 재판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법원은 박근혜에 대한 구속을 결정하면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한 바 있다. 여기서 구속의 사유라 함은 형사소송법 제 7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말한다.

실제로 조사된 사안에 대하여 깊이 접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구속영장발부 여부를 논 하긴 어렵다. 다만 법관은 적어도 구속의 사유를 살펴보았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영장발부이유를 밝혔을 것으로 믿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구속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는 "죄를 범하였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인데, 아마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별건구속이 위법이라거나 아니면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는 명분보다는 오히려 재판부가 본인의 범죄혐의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다는 점이 더욱 괴롭지 않았을까하기 때문이다. 구속에서 풀려난다면 피고인 입장에서는 혹 재판부가 범죄혐의의 상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장발부로 인하여 희망마저 사라졌다면 재판을 받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구속 후 첫 재판에서 격한 표현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든 뇌물죄든 소위 정치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너무나 사실을 무시하고 뻔한 행동이어서 변호인으로서도 얼굴을 들기가 거북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치인들은 그렇게 한다. 인정하면 나중에라도 다시 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인해야 나중에 정치적 탄압운운하면서 재기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짙게 보인다.

배경환 변호사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외신에 인권침해 운운하는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역시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한 평 남짓한 독거방에 수감되어 징벌을 받기도 하고 수개월 씩 수형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직에 있을때는 독거방에서 수형생활을 감내했던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인가? 외신 보도 대로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인식이다. 박 전대통령은 적지 않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고 충실히 변론을 통하여 억울함은 법정에서 풀어야 한다. 그래야 후에 어떠한 내용의 판결을 받더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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