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를 만나는 시간
어릴 적 나를 만나는 시간
  • 중부매일
  • 승인 2017.10.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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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예전 중학교 다닐 때쯤 가을이면 꼭 하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독후감이나 표어 쓰기 등을 하였다. 잘 한 사람은 상도 주었다. 긴 글인 독후감은 안 쓰고 다들 표어만을 썼던 기억이 남아있다. 지금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 무르익는 걸까? 얼마 전 몇 초등학교 독서 행사에 작가로 초대를 받았다. 가까운 곳과 조금 먼 곳도, 그리고 시골 초등학교에서도. 그중 시골학교로 가는 길은 정말 느낌이 좋다. 먼 거리를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조금 피곤하지만 이내 사라지곤 한다.

들판의 은빛 억새며 빛깔 고운 길가의 코스모스도 어찌나 반갑던지... 돌아 올 때면 잠깐 멈춰 서서 찰칵찰칵, 휴대폰에 가을 풍경을 한가득 끌어 담는다. 가끔은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와 비슷한 곳을 만날 때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골 초등학교는 조금씩 비슷해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아닐까 싶다. 건물이야 다르지만 운동장과 나무, 철봉, 그네 등 위치는 거의 비슷하다. 가끔은 일찍 도착해 그런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 맞춤 할 때가 있다.

그럼 늘 운동장도 그네도 철봉도 모두 작다는 생각이 든다. 100M 달리기 거리도 왜 그렇게 짧은지... 풋, 가끔은 웃음이 난다. 당시 100M 달리기 거리는 진짜 멀고 아득할 정도였다. 특히 달리기 못하는 내게는 더 더욱 그랬다.

한번은 운동회 때 얼떨결에 내 손목에 3등 도장이 꾹, 찍혔다. 너무 늦게 달리고 있는 내가 뒤 순서 아이들과 섞여 일어난 사건(?)이었다. 난 그 파란 도장이 지워질까봐 세수 할 때마다 신경을 써 손에 쥐가 날 정도였다.

드디어 우리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초롱초롱 까만 눈망울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나의 인사에 모두들 환하게 맞이해 준다. 꼭 운동장 한 쪽에 조르르 줄맞춰 심은 해바라기처럼 환하고 눈부시다.

내가 쓴 책을 읽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인상 깊게 읽었던 시도 낭송해 보곤 한다. 시낭송 할 때 옆에서 마이크를 들어주면 조금은 떨리나 보다. 긴장함에 콩닥콩닥 거리는 모습이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노란 병아리 같다.

고학년 사춘기 학생들도 참 순수하다. 가끔 툭툭, 말을 던져도 정이 담겨 있다. 시간이 끝나 가면 단체사진도 찍는다. 그 사이 어떤 아이들은 짧은 쪽지를 써 주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내가 가는 복도 끝에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기도 하고. 그렇게 잠깐 나는 스타(?)가 된다. 더러는 사인도 해주면서. 그 시간 속에서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점점 희미해가는 이야기들이 아침처럼 제 색을 조금씩 찾는 기분이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쉬는 시간이면 개구리처럼 철봉에 매달려 빙빙, 미끄럼틀 주르르, 지각할 때면 학교 울타리 개구멍으로 쏘옥 빠져 나간 일. 친구들과 손잡고 은행나무가 얼마나 굵은지 알아보던 일. 풍금 소리에 맞춰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던 날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작가로 초대 받는 날은 글쓰기를 잘했다 생각이 더더욱 든다. 그리곤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구나, 마음먹는다. 어쩌면 내가 만난 아이들도 후일 작가가 되는 아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 그 아이도 나처럼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 오래 전 추억에 나도 아주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면, 그 들어 있음에 꿈 이루기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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