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근절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 부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2017.10.27.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해 칼을 뽑았다. 최악의 청년실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특혜채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잇따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살펴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정상적인 입사절차나 공정한 경쟁과정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실이 공개한 '2012∼2013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는 1차 427명, 2차 198명의 신입직원 채용 때 부정하게 청탁한 120여 명의 이름과 직책이 열거돼 있다. 청탁 지원자가 600명이 넘고 최종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또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공개한 우리은행의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사원 150여명 중 16명을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 직원, 은행 주요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 중에서 특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성실성을 갖춘 젊은 인재라도 '배경'과 '연줄'이 없으면 원하는 공공기관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접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 9월 구속 기소된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지인들의 자녀를 지목해 면접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해 합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응시자의 인사 자료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자의적으로 순위를 낮게 매기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아니라 개인기업이라도 이 정도로 썩지는 않았다. 공기업 감시시스템이 부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일자리와 공정사회 등을 국정철학으로 내건 새 정부에서 이 같은 고질적인 채용비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청년실업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은 지난 9월 기준 21.5%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p)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사실상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청년들이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꼽힌다. 공무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정년이 보장되는 등 직업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쟁력 향상과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는 엄격한 채용절차를 거쳐서 검증된 인재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언론 등을 통해 채용비리가 밝혀져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공공기관이 10개 이상에 달한다. 이들 공공기관들은 불법적인 특혜채용으로 취업에 사활을 걸고 준비한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다.

채용비리가 확산되자 김동연 부총리는 "공공부문 인사비리에 '무관용 원칙'으로 끝까지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비리 관련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말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요직에 자리 잡고 있는 '정피아'와 '관피아'부터 정리하고 전문성있는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 또 공무원시험처럼 특혜가 개입되지 않도록 공정한 채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도 이번기회에 반드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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