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충북 일부 시·군이 선심성 예산을 줄줄이 풀고 있다. 수당 지급액도 올리고 보육료 지원대상도 넓히고 있다. 지원 대상도 민간어린이집 원아, 유치원, 국가 유공자, 고령 노인이 있는 가정 등 다양하다. 기초자치단체가 나서서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보답하고 경로효친 사상을 실천하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열악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도 간과해선 안된다.

도내 지자체는 올 하반기들어 경쟁적으로 복지예산을 늘리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7월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면서까지 유치원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유치원 지원은 교육청 업무였지만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압력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충주시는 내년부터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3세 아동에게 월 5만6천원을, 만4∼5세 아동에게 월 3만8천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4억9천500만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증평군도 이달부터 만 3세아 에게 5만6천원, 만 4∼5세아 에게 3만8천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군내 아동 610명이 혜택을 본다.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에게 정부 지원금과 민간어린이집에 내는 보육료 차액만큼 지원해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괴산군은 월 10만원인 보훈 가족 수당을 2021년까지 월 2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했으며 음성군도 내년부터 국가보훈대상자(65세 이상) 예우수당과 전몰군경 유족 명예수당을 월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기 위해 최근 관련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수혜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또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재정형편도 감안하고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4.02%다. 하지만 충북 시·군은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다. 그나마 진천(30.38%)과 음성(32.89%)이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충주(22.91%), 증평(19.78%), 괴산(14.15%)등은 매우 열악하다. 반면 부동산 관련 세수가 감소하면서 지자체 빚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엇보다 복지 예산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면 지자체도 따라서 늘려야 하는 매칭 사업 부담이 계속 커져 지방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시·군은 지방교부세 지원을 받지 않고는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할 만큼 살림살이가 어렵다.

이 땅에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을 훨씬 넘겼지만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 특히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문제가 그렇다. 2년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지방자치 인식조사를 보면 국민의 절반은 지방재정의 건전성 악화와 방만한 재정운영에 우려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들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복지예산을 과감히 쏟아 붓고 있다. 건전한 지방자치는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주민 삶의 질을 높힌다. 하지만 복지수요와 재정능력을 감안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없이 이 시점에서 복지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선거용 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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