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경제부 차장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에서 요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루프탑(rooftop·옥상) 카페가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김용수

'청주의 달동네' 수암골이 변하고 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1950년대 6·25전쟁 피난민들의 정착지였던 청주시 수동 수암골은 현대식 카페촌으로 변신했다. 우암산 한 자락에 좁고 가파른 골목을 따라 옹기종기 몰려 살았던 작은 마을은 2008년부터 벽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벽화마을'로 옷을 갈아입었고, 2009년 이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영광의 재인' 등이 촬영되면서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2012년부터는 수암골 빈집에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예술촌을 형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일대가 카페촌이 되어 밤낮 없이 불을 밝히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봄부터 '루프탑(rooftop, 옥상)' 형태의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옥상카페만 16곳에 달한다. 이들 옥상 카페의 옥외영업은 모두 '불법'이지만, 업주들은 '나 몰라라'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수암골 옥상카페에서 내려다보는 청주시내 경관과 야경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지친 일상의 힐링공간으로서 젊은층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수암골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움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수암골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이 내쫓기고, 땅값은 치솟고, 조용했던 동네는 상업성 짙은 동네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김미정 경제부 차장

수암골에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임대료가 10배나 오른 경주 황리단길, 서울의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 대표적이다. 이 현상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청주 수암골에서 마주하게 된 젠트리피케이션. 영세한 원주민들의 고단한 삶의 터전 옆에는 카페 업주들의 외제차에, 대형 카페 건물이 빠르게 들어서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수암골만이 가진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갖고 돈 가진 외지인들의 배를 불려주는 현실에 씁쓸한 생각이 든다. 수암골 카페촌에서 마시는 6천원을 호가하는 커피 한 잔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