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7.11.01. /뉴시스

내년 지방선거는 매우 뜻 깊은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의 핵심은 국민 기본권과 지방분권 그리고 선거제도 개편이다. 그동안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된 현안문제다. 발언 자체로 보면 새롭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개헌이 관철될지 여부다. 하지만 개헌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 현 정국은 경제·안보 현안과 관련, 여야간 갈등이 첨예하지만 개헌의 주요 이슈들은 여야 이견이 가장 덜하고 특히 지방분권형 개헌은 야당 소속의 광역자치단체장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추진돼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지방분권은 지난 4월 '장미대선'이전부터 관심을 끈 사안이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선진국은 대부분 보육 양로 의료 교육 등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굴, 이를 시행하기 위해 자치단체가 규칙(조례)을 만들려고 해도 그것이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면 추진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치행정권을 가져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수의 선진국이 분권이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는 헌법 1조에 국가조직은 분권화에 기초한다고 명문화했고 이탈리아 등은 포괄적 지방자치권과 보충적 국가개입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분권형 국가라는 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방의 권리 찾기며 지방분권형 개헌의 시작이다. 이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이번기회에 공론화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정연대'를 꾸려서 관련 논의에 착수하는 등 선거제도 개편을 이슈화 하는 것은 정치문화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국민 51%의 지지를 받았어도 100%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는 식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권력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통치만 있고 협치는 발붙이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도 개헌논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발언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의심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개헌발언은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또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개헌은 기약할 수도 없다. 여야가 마음을 열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지방분권은 강화되고 정치문화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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