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1일 오전 제주도 제주시내 한 대형 외국인면세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17.11.01. / 뉴시스

전세계 관광계가 유커(遊客)때문에 울고 웃는다. 14억 인구 중 중산층 비중이 전체의 7~8%를 차지해 이들이 해외여행에 나서면 각국 관광경기가 들썩인다. 유커 때문에 지방공항도 붐비고 면세점은 만원사례다. 하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볼썽사나운 매너 때문에 마찰이 일기도 한다. 그래도 관광업계는 유커를 손꼽아 기다린다. 전 세계 관광업계가 중국을 주목하는 것은 '인구의 힘'과 경제성장 때문이다. 중국 중산층 인구는 2015년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5만 달러~50만 달러 사이의 자산을 보유한 중산층 인구는 모두 1억900만 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중산층 인구는 9천200만 명이다. 중국 중산층 인구는 세계 전체 중산층 인구 6억6천400만 명의 16.4%를 차지했다. 2000년 이후 새로이 중산층에 편입한 중국인 수는 미국인의 두 배에 달했고 중국 성인 1명당 평균 보유 자산도 4배 증가한 2만2천500달러로 늘었다. 중국인은 전 세계 부의 10%를 보유하고 있는데 오는 2020년까지 백만장자 수는 230만 명으로 늘어나 현재보다 74% 증가할 전망이다.

바로 이들이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다. 청주공항이 지난해 개항 20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것도 유커 때문이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이전 서울 명동과 제주도는 내국인보다 유커가 더 많았다. 하지만 관광업계의 '큰 손'으로 군림하면서 상식 밖의 매너로 원성을 사는 일도 잦아졌다. 출국을 앞둔 중국 여행객들이 면세물품 포장을 마구 버려 제주공항 대합실이 '쓰레기장'으로 변한 사진과 영상이 한때 화제가 됐지만 이 정도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면세점 현관 앞에 주저앉아 포커 등 도박을 하거나 아무 곳에서 용변을 보고 '중화사상'과 '재력'을 앞세워 관광지와 쇼핑센터에서 고압적 태도가 몸에 밴 유커 들도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자극하면 바로 보복을 받는다. 태국의 한 유명사찰에서는 화장실을 엉망으로 만든 유커들 때문에 전용화장실을 만들겠다고 강경발언을 했다가 유커들이 발길을 뚝 끊어 주변상가에 찬바람이 불자 사찰측은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공개사과하기도 했다. 두툼한 유커의 지갑을 외면하기 어렵다. 2015년 기준 태국을 찾은 유커는 83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0% 가까이 차지했다.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최근 한·중 해빙무드로 사드갈등이 풀리면서 관광·화장품업계는 봄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중국이 중국여행사들에 대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시킨 '금한령(禁韓令)'이나 비관세장벽 쌓기 등이 상당부분 해제되면서 다시 중국관광객 특수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유커의 귀환'이다. 한산했던 청주공항도 연말연시를 계기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 갑(甲)중이 갑으로 부상한 유커, 반갑게 맞이해야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추태'는 둘째 문제고 경제보복으로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유커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시장을 다변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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