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난달은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9월 30일부터 10일간 연휴가 되었다. 언론들에서도 단군 이래 최장의 연휴라고 떠들썩했다. 정부에서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등 예년의 2~3배에 달하게 된 휴일을 내수 소비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났다. 정부의 기본적인 생각은 국민들에게 쉬고 소비할 수 있는 휴일을 최대한으로 늘려 내수 경기 진작으로 연결시켜 보겠다는 것인 듯하다. 정부는 이번 연휴를 내수 진작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었고, 이는 부진한 내수 소비가 경제 성장세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문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을 발표하며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이러한 의도는 대형 유통업체는 매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였고, 여행업계는 꽉 찬 예약손님이 모처럼의 활기를 되찾았으며, 그간 일에 지쳤던 노동자들도 장기 유급휴일을 만끽했다. 구체적으로는 이번 연휴 기간 약 52만명(내국인 기준 지난해보다 26% 증가)이 제주도를 찾은 것으로 추산되었고, 강원도 대표 관광지인 설악권도 20여개 콘도미니엄·리조트·호텔 객실이 연휴 기간 모두 동났다. 유통업계도 김영란법에도 불구하고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크게 늘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전년 대비 각각 224.2%, 180.3%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장 연휴가 빛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닌 것 같다.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자영업자·영세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염려도 현실이 되어 버렸다. 우선 자영업자에게는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특히 임대료가 비싼 도심의 음식점에게 10일간의 긴 연휴는 매우 큰 부담이 되었다. 장사를 못 해도 임대료가 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달 수익이 반 토막 날 처지이다. 손님이 없더라도 문을 연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은 월세 등 고정비의 일부라도 만회해 보려는 몸부림이었다.

중소기업도 못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대기업 직원들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행복한 추석을 맞지만 중소 제조업체들은 긴 연휴에 딜레마에 빠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납품기일 맞추기가 빠듯하고, 생산라인을 정상가동하자니 지급해야 할 추가수당이 부담이 되었다. 특히 납품처가 해외에 있는 기업은 노동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가지지도 못하면서 휴일 수당 등 높은 인건비도 부담했다. 기업 입장에서 다른 문제는 자금 사정이 매우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매출은 줄 수밖에 없고 상여금 등 비용은 늘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1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7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도 중소기업 46%는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컸다. 열흘 전체를 쉬는 중소기업은 35.6%에 불과했고 평균 휴일도 7.6일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사상 최장의 연휴가 뜻하지 않게 사상 최대 여행수지 적자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하고 있는데 출국자 수는 연일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연휴 기간 인천공항 이용자수가 195만명에 달하는 등 국내 여행도 활성화되었지만 해외 여행자수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아직 올 10월 여행수지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적자가 사상 최대치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외에도 장기간 연휴로 인해, 공공기관·어린이집 등의 업무 공백으로 인한 민생 불편,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도 지장을 받았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누가 뭐라고 해도, 정부의 의도는 매우 적절했으며,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휴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통한 10일간의 사상 최장 연휴는 상당한 빛으로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속담처럼 단비가 우산장수에는 기회를 주지만 짚신 장수에게는 악재가 되는 것처럼 긴 연휴는 서로에게 다르게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이 만든 강한 빛이 그것을 누릴 수 없는 반대편에게는 또한 짙은 그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세상의 그리고 경제구조가 가진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정책의 추진에서 이러한 원리를 한 번 더 숙고하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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