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클립아트 코리아

누구나 감정의 지배를 받고 산다. 삶의 중요한 선택에서 이성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인 주체는 감정이다. 감정이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형성하는 씨앗이고 삶을 이끈다. 존 브래드쇼는 "감정은 우리의 기본 욕구들이 채워지도록 하고,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움직이게 하는 연료와도 같다. 나는 이 감정이라는 단어를 '움직임의 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이 힘은 근본적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감정은 인간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체계이다.

삶은 자신을 경영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경영은 마음경영으로 완성되고 마음경영의 핵심은 자기 이해이다. 김녹두 정신과 전문의는 "삶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경영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서를 가지는 것, 즉 자기 이해입니다. 자기 이해는 내가 살아오면서 택한 여러 가지 선택들의 동기를 알고 나의 생각과 행동의 숨은 이유를 아는 것입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자기 이해'의 연관성을 짚어본다.

내 마음을 이끄는 감정을 등한시하며 살다 늦은 나이에 나를 지배하는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내면의 고통과 직면하지도 못해 불편한 감정을 주는 사람이나 일로부터 회피하려고만 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하고 감정이 남에게 들킬세라 감추기 바빴다. 살면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인식조차도 부족했다. 육체적인 건강의 중요성만 인식하고 마음의 건강에는 소홀히 하며 살았다.

삶과 감정은 불가분의 동반자적인 관계이다. 김형경 작가는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고 말한다. 나이 먹은 어른이 삐지면 말 안하고, 화나면 먹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화나 분노를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미성숙한 어른아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와 내 삶을 이끌어가는 불건강한 감정에 나의 마음과 삶을 내맡기지 않고 지배를 덜 받도록 마음의 설계도를 수정하는 작업이 감정의 성장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감정의 성장은 감정이 몰아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아주고 자신이 인식한 감정에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성숙한 어른의 처신을 하도록 이끌어 준다. 마음이 보내는 감정과 욕망의 신호를 잘 알아차려 자신과 타인에게 해롭지 않은 언행을 선택하도록 해준다. 성숙한 어른은 나이와 위치에 맞는 역할을 빈틈없이 수행하고 현실의 책임에서 달아나지 않고 수용한다. 삶에는 공짜가 없으며 인생의 성과물에는 대가와 비용이 수반됨을 안다. 성숙한 어른은 삶의 위기와 고통에 직면할 때 견디는 힘이 있고 이를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

마음이 성장하지 못하고 나이만 드는 것은 삶의 축복이 아니라 비극이다. 삶이 요구하는 만큼 마음이 성장하지 못할 때 세상살이에 치명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불안, 화, 분노 같은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리고 반응하는지를 눈여겨보면 한 사람의 인격을 가늠할 수 있다. 마음경영을 잘 못하면 자신과 누군가에게 평생 껴안고 가야되는 깊은 상처와 고통을 남긴다. 마음경영은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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