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청주시는 지난 6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국제기록유산센터(ICDH)를 청주에 유치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이승훈 청주시장이 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2017.11.7. / 뉴시스

충북 청주에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International Center for Documentary Heritage)가 들어서게 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금속활자의 발상지' 청주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록문화유산의 도시가 된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승인돼 운영되고 있는 각 분야 국제기구는 ICDH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대부분 아시아·태평양처럼 각 대륙별이나 지역별로 대상과 범위가 한정돼 운영된다. 하지만 이번에 승인된 ICDH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서 현재 기록유산분야 최초의 국제기구로 설립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 기록유산 정책 전반에 걸쳐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CDH는 그간 기록유산 등재에만 치중했던 유네스코가 기록유산 등재 후 사후관리와 보존, 정책연구,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해 새로 설립하는 기구다. 유네스코 산하 여러 기구 중 정보커뮤니케이션 부문에 해당하며 '카테고리Ⅱ'에 속한다. 한국은 유네스코 카테고리 Ⅱ에 속한 산하 기구로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형문화유산 국제정보네트워킹 센터', '국제무예 센터', '국제 물안보 연구교육센터'등 총 4개 사무국을 유치했다. 그만큼 정부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커진 것이 의미한다. 이에 따라 ICDH 사무국이 청주에 들어서면 기록유산 등재과정에도 유리해진다. 실례로 지난 10월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을 폈으나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한 일본의 저지 공세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 기록유산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한 국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ICDH 사무국 유치로 청주의 문화적인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청주 흥덕사는 고려시대인 137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냈다. 직지심체요절은 부처님 말씀을 기록해 놓은 책으로 100부 안팎 정도 인쇄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는 세계최고(最古) 금속활자의 산실로 재조명받게 됐다. 다만 파급력은 서양에 미치지 못했다. 유럽은 우리보다 금속활자를 늦게 개발했지만 구덴베르크의 '42행 성서'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와 지식이 폭넓게 확산됐다. 청주가 진정한 국제기록문화유산의 도시로 거듭나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직지는 박제화(剝製化)된 과거의 유산이 아닌 창조정신의 상징이다. '직지 정신'의 계승으로 지역발전과 인류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를 통해 청주가 선도적인 문화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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