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전곡선사박물관 환경관 / 뉴시스

몇 년 전, 공주지역으로 백제문화 기행을 하며, 구석기시대의 유적지가 있는 공주시 석장리박물관에 간적이 있다. 마을학교에서 한국의 고대시대를 가르치다보면 우리나라 초기 생성기가 궁금했는데 석장리박물관이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있다고 하여 궁금했는데 최근에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을 갔다.

이 전곡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으로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역사적 현장으로 구석기유적의 박물관이다. 선사(先史)시대란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시대로서 기록된 역사 시대보다 앞선 시대를 말하며, 전곡리 선사유적은 전기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40여 년 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동두천 주둔 미군인 그렉 보웬(Bowen G.)에 의하여 처음 발견되었다.

이 유적은 197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박물관 주관으로 김원룡 교수팀이 보웬이 채집했던 제1지구와 제2지구에서 다량의 석기와 영남대 정영화 교수팀은 제3지구에서 박편과 망치돌, 석재 부스러기 등을 채집했다. 이 유물들은 모두 전기구석기시대에 속하는 아슐리안기 유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2011년까지 17여 차례에 걸쳐 발굴하여 주먹도끼, 사냥돌, 주먹찌르개 등 다양한 석기가 출토되었다.

한탄강 유원지에 선사유적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도 풍요로운 강줄기를 옆에 끼고 무리생활을 한 것이 확실하다. 전곡리 유적은 서구 중심적이던 구석기문화의 인식을 뒤엎은 증거이고, 이런 유물이 유럽·아프리카가 아닌 동아시아의 한국에서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구석기유적은 전곡읍 한탄강 주변 현무암 대지 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곳의 선사유적은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밝혀 줄 중요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구석기 문화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넓은 구렁지에 선사체험마을은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의 장으로 좋고,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멧돼지 사냥, 구석기시대의 생활복원 모습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전곡선사박물관은 5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답게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우리 조상이 살았음을 증명했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등 4대 문명에 버금가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한국 문화예술의 석학 이어령은 '역사는 할아버지의 혼(魂)이며 할머니의 영(靈)이다.' 라고 했다. 옛것을 알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거울이 될 것이며,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사람은 한평생을 두고 배워야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전곡리 구석기박물관은 매년 9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 박물관을 통하여 인류의 진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고, 멀리 아프리카를 벗어나 연천 전곡리에 도착한 고인류의 머나먼 여정을 통하여 이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엿볼 수 있어 좋다. 박물관은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아이들에게는 구석기시대의 조상들 삶을 체험할 수 있고, 어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구석기시대부터 인간이 살았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우리 모두 구석기시대의 낭만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전곡선사박물관을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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