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홍동기 청주 분평초등학교

/클립아트 코리아

에머슨은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성공이다.'라고 하였다. 교육을 통하여 아이들 인생을 바꾸고,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커다란 성공이 될 것이다.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 중에서 제1순위는 열정이다. 제 아무리 수업 기술이 뛰어나고 남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껍데기 교육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열정 다음으로 중요시해야 할 것은 수업이다. 수업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다양하고 효율적인 수업 기술을 지니기 위해 끊임없는 연찬과 계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가 몰라서 그러겠는가? 교사가 하는 일이 참 많다.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급식지도, 청소지도, 교통안전지도, 진로지도, 돌봄교실. 뭐든 '지도'라는 말만 붙이면 교사의 업무에 포함된다. 또 통일교육, 소방안전교육, 학부모 평생 교육, 방과후 교육. '교육'이라는 말만 붙이면 이것들도 모두 교사의 업무다. '실적' 위주의 교육행정은 교사의 수업시간을 훔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나본 신규·저경력 선생님들은 감탄할 정도로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다.

교사의 성공은 아이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교사의 성공이란 자신으로 인하여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보람과 성취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자.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고 해도 아이들의 눈망울에 담겨 있는 맑고 순수한 영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따금 미꾸라지에 소금 뿌려놓은 것처럼 날뛰는 아이들이나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재미로 학교를 오는 것 같은 아이,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아이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 어떤 아이일지라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결코 아이 자신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전적 요인, 부모, 교사, 사회, 정부 등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없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책임이며 잘못이므로 아이만을 탓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내 인내심의 한계점을 높이고 그런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끄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가르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곧 다시 배우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는 것이 없다면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며, 수시로 '내가 저 아이들에게, 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소중한 젊음의 시간 속에서 내 것을 조금 덜어내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참으로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하버드대 조세핀 김 교수는 '교실 속 자존감'에서 한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교사가 의미 있는 원 케어링 어덜트(one caring adult)가 된다는 말을 강조하였고, 누군가가 희망의 눈으로 한 아이를 바라볼 때 그 아이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2년10개월 전 수석교사 자격연수에서 꿈 너머 꿈 비전을 외치며 뭔가 큰 역할을 할 요량으로 시작한 수석교사 생활! 나의 자신감은 롤로코스트를 탄다. 역량을 강화한다고 하브루타, 감성수업, 책놀이수업, 학급긍정훈육 등 많은 자비연수를 받았고 배운 것을 전문적학습공동체, 학습동아리, 멘토링을 통하여 전달하면서 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자신감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가 참 괜찮다'라고 느끼는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해 준 책이 '교실 속 자존감'이다.

홍동기 분평초 수석교사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고 인정해 준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느끼게 해 주는지 모른다. 나의 자존감을 최대치로 높여준 내 교직생활의 멘토! 8년 전 수석교사제가 생길 때 "홍 선생이 수석교사를 하면 딱 좋겠다."고 했다. 교직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전파하고는 퇴임 후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부음을 받지 못해 빈소에 찾아가 뵙지 못한 죄송스러움을 뒤로하고 그 분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사람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무조건적 사랑에 빠져보십시오. 세월이 흐른 뒤 자신이 몰입했던 사랑에 대해서만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게 될 뿐 스스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미칠 듯 한 사랑에 빠질 대상 중에 아이들만은 반드시 포함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아이들과의 사랑에 빠진 교사는 행복한 성공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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