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클립아트 코리아

오래전에 본 '쌀'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무주구천동을 배경으로 한 기억이 나는데 평생 먹어보지 못한 쌀밥을 먹으려고 숱한 고생을 뚫고 수로를 열어 벼를 재배하는데 성공한 이야기였습니다. 올해 우리는 최악의 가뭄이 왔다고 크게 걱정을 하다가 7월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올 농사가 흉년이 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벌써 햅쌀을 사다가 밥을 지어 드셨다는 선배님 말씀이 아주 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사실 맛으로 치면 쌀밥만큼 맛있는 게 있겠습니까?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윤기 나는 밥이면 김치 하나 가지고 한 그릇 뚝딱 아닌가요?

과학잡지 Newton 금년도 7월호에 쌀에 대한 기사가 있어 소개드립니다.

벼의 낱알에서 겉껍질을 벗겨낸 것이 '현미'이고, 현미에서 속껍질과 씨눈을 제거해서 씨젖만 남긴 것이 바로 '백미' 쌀입니다. 이 씨젖 안에는 수없이 많은 세포가 있으며 각각의 세포에 녹말이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이 녹말은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두 종류가 있답니다. 이 둘은 모두 '글루코오스'라는 당(糖)분자로 연결되어 있다네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좋아하는 쌀은 찰기가 강한데 동남아시아 등지의 쌀은 푸석푸석합니다. 이것은 쌀에 있는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아밀로펙틴 비율이 높을수록 찰기가 강하다고 하는데요. 찹쌀은 거의 다 아밀로펙틴만 있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쌀은 인다카(indica), 자포니카(japonica), 자바니카(javanica) 등 3종이 있답니다.

인디카는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재배되며 쌀알은 일반적으로 가늘고 길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 인디카가 제일 많이 재배된다고 하는데 아밀로펙틴이 70~80%만 있어 찰기가 약하다고 합니다. 자포니카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재배되는데 아밀로펙틴이 무려 85~90%정도라 찰기가 대단히 강하다고 하네요. 자바니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등 아시아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는데 모양이 넓적하고 큰 편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분석결과 자포니카와 가까운 계통이라고 합니다.

밥은 솥 안에 쌀과 물을 넣고 불을 때거나 열을 가하여 짓게 됩니다. 여기에도 3단계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예열' 단계입니다. 온도가 50°c정도에서 10여 분간 이어진답니다. 여기에서 수분이 쌀알내부까지 들어오게 된다는데요. 밥 짓기 전에 쌀을 물에 담가 두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이랍니다. 이 단계는 녹말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나 쌀알 속 세포의 세포벽의 구조를 분해하는 효소가 작용을 한다네요. 이렇게 세포벽이 파괴되면 쌀은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끓는 것'으로 온도가 100°c까지 올라가고 20분 정도 끓는 상태가 이어지면 밀착되어있던 녹말의 입자 전체가 부풀어 올라 쌀이 포동포동해지고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뜸들이기'입니다. 여기에 오면 기름기가 흐르고 포실한 느낌이 있는 밥이 된다는 것이지요.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그런데 실제 동경대 농업대 쓰지이 요시마사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일본사람이 부드럽고 찰기가 있는 밥을 맛있다고 하는데 쌀의 맛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고 합니다.

쌀은 은근한 단맛을 지니는데 쌀에는 사람의 혀가 느낄 정도의 당이 들어있지 않다고 합니다. 쌀의 단맛은 침 속의 아밀라아제에 의해 녹말이 분해될 때 생기는 당과 아미노산 등 다른 물질과 섞인 종합적인 맛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네요. 또 쌀이 신선할수록 녹말을 분해하는 효소가 활발히 작용하여 식감이 좋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햅쌀의 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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