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승훈(62) 전 충북 청주시장이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9일 오후 인천공항에 귀국하고 있다. / 뉴시스

결국 대법원에서 이승훈 청주시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되었던 이 시장은 임기내내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수사와 재판으로 시달리다가, 임기를 거의 다 채운 마당에 이르러서야, 처음의 당선 자체가 무효라고 선언된 것이다. 현 사법제도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어찌 되었든 이 시장에 대한 판결 확정으로 이제 내년 청주시장을 향한 선거경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분위기다. 필자는 지역방송에서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정치인 교수 언론인 그리고 직접 출마의사를 피력한 이들로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과 기대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제 청주지역에서만큼은 고위관료 출신의 단체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고위관료출신 단체장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과 실망이 예년보다 훨씬 높은 반면, 박원순(서울시장) 안희정(충남지사) 이재명(성남시장) 등의 성공사례를 통하여 非관료출신 단체장에 대한 안정감과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초대 김현수 시장을 제외하고, 역대 나기정 한대수 남상우 한범덕 이승훈 청주시장 모두 중앙 혹은 지역의 고위관료출신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그리 후한 편이 아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들이 오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역대 모든 시장의 재선실패라는 결과와 최근 이승훈 체제에서의 시청 공무원들의 온갖 추문과 난맥상에서 보듯, 이들의 재임기간 중 행정내 부조리, 조직내 파벌문화, 공무원 범죄 등이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청주의 미래에 대한 참신한 비전이나 투명하고 시민참여적 행정을 향한 새로운 리더십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청주시장 후보들 중에는 여전히 전직 고위관료 출신들도 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非관료 출신들이 많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고, 또 던질 예정이다. 이중에는 그간 지방의회에서 경험을 쌓은 이광희 연철흠 더민주당 의원, 김양희 황영호 자유한국당 의원, 임헌경 국민의당 의원 같은 이들도 있지만, 아예 非관료 非정치인 출신도 눈에 띈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온 송재봉 NGO 센터장과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우진교통을 노동자자주관리회사로 우뚝 세운 김재수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모 시민단체에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관료와 정당을 배제한 시민후보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최용현 변호사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그 급변하는 것 중에는 행정이 있다. 과거와 같은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중심의 행정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어떤 리더는 다양한 SNS 수단을 통하여 시민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직접 경청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정책으로 반영하고, 어떤 리더는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새로운 참여적?숙의적 행정모델을 도입하고, 어떤 리더는 외부의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여 정체되고 부패한 행정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굳이 이 시대의 화두인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청주 시정(市政)에도 이와 같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동심원적인 관료주의적 사고틀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참여와 행정의 민주적 책임성을 확대하고,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으로 참신한 청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끄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그 리더가 역대 시장들과 같은 퇴직한 고위관료 출신일 수도 있다. 다만 그가 당선가능성만 생각하고 이당저당 기웃거리며 시장 자리를 퇴직 후의 또 한 번의 출세 자리로만 생각하는 이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가진 이라면 말이다. 이제 시민들의 선택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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