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승훈 청주시장이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청주 유치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던 이 시장은 귀국날인 9일 대법원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해 시장 직위를 잃었다. 지난 5월 초 이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지 6개월 만이다. 청주·청원 통합이후 각종 현안이 산적한 청주시로서는 행정공백이 우려된다.
이 시장은 오랜 행정경험과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돌파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역대 민선시장 중 초대 김현수 전시장을 제외하고 그를 포함해 5명이 모두 부지사를 지낸 관료출신이지만 그는 특히 상공부와 주미대사 상무관으로 일해 경륜도 풍부하고 글로벌한 시야도 갖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이 때문에 초대 통합시장으로서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이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의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 시장의 낙마는 충북도내 기초자치단체장 중 유영훈 전 진천군수와 임각수 전 괴산군수에 이어 세 번째다. 이들 시장·군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은 그만큼 법의 잣대가 엄격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법이 강화되면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관행적인 일들도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론 선거에 도전하려는 예비후보자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이제 시장(市長)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청주^청원 통합 시 출범 3년여 만에 첫 통합시장이 직위를 상실하면서 가뜩이나 난마(亂麻)처럼 얽힌 시정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청주시는 인구가 대폭 늘어나고 시청 조직이 커진 것에 비례해 고질적인 병폐도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통합이후 양 자치단체 공무원 사이에 여전히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직도 일사 분란한 조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조직 내에선 복지부동과 적당주의가 판을 쳤다. 특히 이 시장 취임 초부터 공직비리 근절을 공언했지만 공무원 갑 질은 여전했고 도덕적 해이와 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양산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에는 간부직원 음주단속거부, 몰카 설치와 보도방 운영등 공직사회에선 있어서는 안되는 낮 뜨거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감찰반으로 부터 집중조사를 받은 것은 청주시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 와중에 시장 부재는 위기상황이다. 차기 시장이 선출되는 내년 6월까지는 아직도 7개월 이상 남았다. 당장 이달 열리는 젓가락페스티벌도 시장 없이 치러야 하고 내년 10월 개최되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의 국비 확보 비상이 걸렸다. 이 시장 퇴진의 파장이 클 것이다. 청주시는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행정력 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 권한대행인 이범석 부시장을 중심으로 간부진부터 솔선수범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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