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편집국장

구인수 전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주병덕 전 충북도지사

지난 2002년 7월 31일 청주지방법원 1호 법정은 주병덕(81) 전 충북지사에 대한 '법정구속'이 선고되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재판부(이강원 부장판사)는 당시 불구속 기소됐던 주 전 지사에 징역 2년 6월,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아마도 그의 지지자들은 "다만, 형의 집행을 유예 합니다"라는 재판장의 언도를 가슴 졸이며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장이 수감 절차를 밟으라 하자 주 전 지사나 방청석을 메웠던 지지자들은 한동안 멍한 표정만 지었다. 180㎝ 키에 90㎏(몸무게)에 달하는 거구였던 주 전 지사는 스스로 운신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던 상황 이었다. 그랬던 그는 한참만에야 상황을 이해하는 듯했다. 나무토막처럼 굳었던 그의 몸은 잠시 정막이 흐른 후 움찔했다.

앞서 같은해 4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청주지검에 소환됐을 당시만 해도 그는 "내가 돈을 받았다면 주(朱)가가 아닙니다. 김가나, 박가로 바꿀 거요"라며 호기를 부렸다. 해양경찰청장까지 지냈던 그였지만, 불과 2~3시간만에 3천만원 수뢰를 시인했다. 주 전 지사가 알고 지내던 박모씨는 영동군 취수장 하자보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려던 업자 A씨에게 받은 교제비 7천여만원 중 절반 가량을 뇌물로 건넸던 것이다.

그랬던 주 전 지사는 재판이 시작되자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데, 집행유예로 봐준다면 처벌 효과가 없지 않냐"며 단호했다. 음성 출신인 그는 3천만원 탓에 퇴임 후 여생을 구겼다.

옥천 출신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며칠전(7일) 불법다단계 유사수신업체 회장 유모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인사 청탁을 받아 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유씨는 2014년 무렵 서울 영등포 경찰서가 IDS 홀딩스를 수사하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만한 경찰관' 2명을 수사팀에 넣어 달라며 돈을 건넸다고 한다. 구 전청장은 결국 수뢰후 부정처사 및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퇴임 후 경찰공제회 이사장 까지 맡았던 그는 영어의 몸이 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한인섭 편집국장

주 전 지사와 구 전 청장은 경찰 고위직을 지낸 것 외에도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구렁으로 내몬 박모씨는 주 전 지사 당선을 도왔던 측근 이었다. 유씨는 구 전 청장을 비롯해 충청권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던 인물이라 '브로커' 소리까지 듣었다. 그가 사업에 활용한 충청권 인사 중 한명이 구 전 청장이었을 게다. 이런 인맥과 '검은돈'이 '패착'을 낳았다. 2002년이나, 2014년이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게 3천만원이다. 공교롭게 두 사람 모두 3천만원을 세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 현직을 떠나자 금새 탈이 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직자들이 경계로 삼을 게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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