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경제부총리 / 뉴시스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민간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내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인상(16.4%)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근로자의 83%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했다. 대략 30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얼핏 보면 중소기업·자영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같이 보인다. 이제껏 그 어떤 나라도 시도하지 못했던 초유의 정책적 발상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은 2천 년대 중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세금우대, 사회보험료 감면 혜택, 또는 설비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혈세로 근로자의 임금을 사업주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과연 정부는 이를 언제까지 보전해줄 것인가.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면 중단하기도 힘들지만 계속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국고를 타내려고 유령직원을 만들거나 지원조건에 맞게 회사를 분할하는 등 편법도 난무할 수 있다. 관치행정의 결정판이라는 말이 나올 만 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득을 올려주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제도적으로 올리는 것을 마다할 근로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인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은 저소득 근로계층이다. 실제로 올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업자들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심지어 폐업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逆說)'현상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근로자 임금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시행하는 것이지만 이는 '땜질식 처방'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릴 수 없고 계속 추진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0년 시간당 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3년간 총 7조3462억원의 천문학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원기준인 30명 이하로 맞추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거나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정부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한시적으로 하는데 한시가 어느 정도일지, 어떻게 연착륙할지는 내년 상반기 경기와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호전되지 못한다면 연착륙할 방법도 마땅치 못할 것이다.

국고로 고용률을 높이고 임금을 올리는 것은 임시방편의 쉬운 길이다.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속되기 힘든 무리한 정책으로 국가재정을 악화시킨다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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