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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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인터넷의 파급이 얼마나 크던지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복지'를 검색하면 이 지면에 실린 필자의 글이 검색되고 그 글이 낯선 블로그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책임감이 더해진다. 그래서 한 편 더 써보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줄 우리 사회의 변화와 그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기본소득은 '정치 공동체가 심사와 노동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주기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현금'을 말한다. 일시급이 아닌 현금으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개인이 속해 있는 가구에 무관하게 각 개별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노동을 하건, 하지 않건 지급된다. 요컨대 기본소득은 국가가 조건 없이 매월 일정액을 모든 국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지급' 등의 특성을 가진다.

기술 혁명은 우리 생활에 삶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겠지만 일자리가 감소하고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있다. 이와 관련된 극단적 주장은,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 생산 현장에서 인간의 노동이 완전히 배제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특히, 로봇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따라 인간은 상반되는 입장을 가지게 되고 불평등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완전 실업 상태에서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로봇이 생산한 생산물의 일부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기본소득에 대한 다른 관점은 천연자원인 석유를 통해 발생한 소득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이나 실험 중인 핀란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완전 실업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 복지의 종류가 늘어나고 부담이 커지는 상태에서 국가가 복지의 대상을 정하는 선택권을 포기하고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알아서 필요한 복지를 사도록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관리 비용을 줄이고 복지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핀

우리나라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시작되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화와 지난 5월 대선후보자들이 기본소득을 제안하거나 언급하면서 관심이 급증했다. 세계적으로도 스위스의 기본소득 국민투표,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등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확산시켰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완전 실업이 될 것이라는 가정이 미래에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기본소득이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동기를 떨어뜨리고, 놀고먹으려는 사람들을 늘려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본소득은 사회적 배려와 부담에 대한 합의가 높은 공동체적인 사회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이 심하고 사회적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정책의 도입은 재정적, 정치적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본소득 실시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문화일보(2017.3. 전국 19세 이상 1,009명)의 결과는 77.4%가 찬성(공감), 22.6% 반대(비공감)로 나타났으나, 매일경제신문(2017. 2.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의 조사는 30.5%가 찬성, 50.8%가 반대, 18.8%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매우 상반된다.

어찌됐든, 기본소득은 등장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IT 발전을 통해 모든 것이 AI화 되면 인간은 대부분 상향평준화 되고 계층화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필수적으로 발생할 것이며, 이의 예방을 위해 기본소득은 더욱 필요해질 수도 있다. 30년 쯤 후의 일인가 싶기도 하니 지금은 기본소득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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