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경제] 1.사회적기업 공공디자인이즘(PD ISM)

환하게 웃고 있는 (주)공공디자인 이즘 허진옥 대표와 직원들 / 신동빈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 재화와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을 협동으로 영위해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조직. 바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이야기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이들 기업은 소수의 이익이 아닌 다수의 이익과 사람 중심의 공공성 확장을 지향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과 경제'는 호혜와 협동, 지속가능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선순환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충북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기획이다.

"한 번 제공되면 관리도 잘 안되고 매년 일회성으로 끝나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늘 아쉬웠어요. 공공디자인은 주인도 없고 소유도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꾸고 싶었죠."

(주)공공디자인이즘의 허진옥(40) 대표는 '공간 복지'와 '공공성 확장'을 위해 사회적 기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표방하기 때문에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도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용기 있는 목소리'이다.

디자인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이 (주)공공디자인이즘의 디자인 실험 영역에 포함된다. 기획 연재 '사람과 경제'는 첫번째 사회적 기업으로 (주)공공디자인이즘을 주목했다.

#공간복지 위해 사회적기업 시작

지난 2013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창업한 공공디자인이즘은 2014년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이듬해인 2015년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벽화와 간판 개선 사업 등 사적 영역의 공공디자인을 비롯해 공적 영역의 시·공간 디자인까지 지역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면 모두 사업 대상이 된다.

"공공디자인을 하려면 회사도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적 기업을 선택했어요. 공공디자인으로 먹고 살 수 있겠냐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4년 동안 열심히 협업한 덕분에 지금은 저희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인테리어와 커뮤니케이션, 산업디자인 등 각자 영역이 다른 전문 디자이너들의 조합은 공공디자인이즘의 저력으로 통한다.

상업 디자인을 비롯해 실내 건축 디자인은 물론이고 출판 디자인과 행사 및 축제 기획,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어떤 조건의 사업도 해낼 수 있는 전천후 사업체가 됐다.

"지난 4년 동안 공공디자인이즘이 지역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찾은 답이 있다면 우리가 단독으로 하기보다 지역사회와 연계하고 네트워킹하고 협업할 때 훨씬 확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허진옥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공공성 확장을 위해서는 협업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살림으로 부터 사회적 경제 물품 홍보 진열장을 의뢰받았을 때는 목공기술을 가진 디랜드협동조합과 협업했고, 한벌초등학교의 다문화 축제를 기획했을 때는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진지박물관과 한국음식문화 체험 부스를 마련해 재능 기부했다.

#컬쳐 디자이너의 다양한 실험

공공디자인 이즘의 허진옥 대표와 직원들

공공디자인 사업의 확장성은 놀라웠다. 충북·청주경실련 시민센터의 공간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자 이번에는 청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인테리어 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

공공디자인이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또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시도는 거침없었다.

허진옥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사회적 기업가의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에 사회적 목적팀을 따로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돈 버는 일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업의 공공성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공디자인이즘의 직원은 허진옥 대표를 포함해 모두 7명. 지역사회와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직원들은 사만다(사람을 만나다)라는 사내 동아리를 조직해 특강을 열고 오픈강좌를 마련해 시민들을 초대한다.

상업디자인을 중심으로 출범한 공공디자인이즘은 계속된 '사업영역 파괴'(?)를 통해 가치 있는 일의 비중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행사 및 축제 기획, 교육프로그램 개발 비중이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2016년부터 한벌초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축제, 같은 해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 참여해 '잘 살아보세'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새마을디자인 프로젝트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지역 안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컬쳐 디자인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갈등하는 주민들은 화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었죠."

#주민이 주인 되는 공공디자인

내덕동 밤나무 고갯길 공공디자인 사업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의미 있는 목소리는 울림이 컸다. 밤골 사업이 그랬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시각, 청주의 대표적 집성촌으로 통했던 밤고개라는 이미지부터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사업명은 '내덕 밤나무 고갯길 공공디자인 사업'이다. 공공디자인이즘과 푸른나무내덕요양원, 내덕1동 자연봉사대가 협업해 담장을 꾸미고 벽화를 그리자 마을에 대한 애착이 형성됐다.

"멋진 비주얼이 아니라 주민이 주인 되는 공공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통장님과 반장님,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나무 고갯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었을 때,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에 벽화를 그렸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소비자 주권 캠페인

소비자주권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환경적 의미를 담아 쓰레기 투표 이벤트를 기획하고, 벌어들인 수익은 다시 지역의 시민단체와 사회복지 기관 후원금으로 환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배려와 공유의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쓸모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디자인 하는 행동, 그것이 바로 공공디자인이즘이 추구하는 사업이고 용기 있는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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