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클립아트 코리아

가족이 모여 앉은 식탁이다. 아버지의 질문에 자식의 답변이 늦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식의 답변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늦은 답변이 불쾌하다. 선착장에서 여행객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한 여행객이 매우 못마땅해 한다. '내가 신분증을 꼭 보여줘야 하나.' 기업의 회의실이다.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좋은 의견을 내라고 권한다. 한 직원이 큰맘이라도 먹은 듯 나섰지만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말한다.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서장은 끝이 없는 장황한 설명을 한다. 집, 여행지, 회사 등 각지에서 벌어지는 우리 사회가 갖는 권위에 대한 자화상이다. 모두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데서 오는 일종의 권위 의식이다. 신분증 없이 승선을 해야 권위가 서는 사람들, 부하직원의 말 한마디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부서장 등. 이들 다양한 형상의 공통적 의미는 비합리적 권위(權威)의 행사이다.

독일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합리적인 권위는 능력(能力)에 기초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대부분의 권위는 힘과 권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을 받아야 그의 권위를 지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권위에 완전히 묻혀있다. 그래서 권위를 내려놓으려는 훌륭한 분들의 낮은 자세도 쉽게 믿지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는 행위로 인식한다. 그런 심리상태는 타인의 권위를 이용하여 권위를 누리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한다. 한때 유행한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권위 지향형 말이 '내 친구가 누구다.' 등 호가호위형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현상이 많다. 그러므로 여전히 우리 사회는 권위 중심의 사회이다.

이렇게 지독한 권위의식이 가정, 사회, 직장 등에서 인간관계를 훼손하고 불통의 사회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기업에서 찾자보자. 기업의 리더(부서장)의 유형은 다양하다. 부하의 공을 인정하고 배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무임 승차형 리더가 있다. 또한 부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도 많다. 부하직원이 여유를 갖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여 부하직원을 닦달한다. 이는 감성 지능이 부족한 유형이다. 윗사람에게 약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군림하려는 해바라기형도 많다. 대체적으로 도덕적 겸양이 부족한 리더로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보다는 윗사람의 눈치만 보는 관리자라고 할 수 있다. 냉정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세심한 점검과 피드백을 전혀 못하는 유형도 있다. 이들은 부하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칭찬이나 좋은 말만 하여 인기에만 연연하는 자유방임형도 있다. 또한 자신의 눈 안에서 자기만의 규칙을 정한 후 그 틀에서 벗어나는 직원을 홀대하고, 지속적으로 꼬투리를 잡는 자기집착형이 있다. 물론 아주 피곤하지만 제대로 된 기준이라면 성과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문제를 품고 있는 리더보다도 가장 심각한 관리자는 독선적 권위형 리더이다. 독선적 관리자의 가장 큰 문제는 인재(人才)를 죽인다. 창의성을 없애고 열정도 누그러뜨린다. 상사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할 뿐이다. 소통이 안 되므로 일이 가는 방향도 틀리다. 재작업하기 일쑤이고, 품질도 낮아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오상영 유원대 경영학과 교수

대체적으로 성공했다는 일류 기업의 하나의 공통점은 소통능력이다. 구성원 간의 소통은 그들의 역량을 몇 갑절이나 높일 수 있다. 공자님의 말씀을 정리한 것이 논어(論語)이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대화하면서 학습한 것을 엮은 것이다. 학습이든 조직의 운영이든 대화와 토론은 조직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주요한 요소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주요 키워드는 창의성이다. 융·복합을 통한 창의성은 자유로운 생각, 다양한 토론, 방대한 지식이 융합하여 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권위를 내려놓고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한다. 기업 조직의 성과는 조직 리더의 합리적 권위를 발휘하는 데서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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