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청권 대표 도시인 대전시와 청주시 모두 현직시장이 며칠 간격으로 직위를 박탈당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선거운동기구 유사단체를 설립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해당 단체 회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4일 징역형이 확정됐다. 권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확정 받아 당선무효형은 피했지만, 정치자금 부정수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시장 직을 잃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엔 이승훈 청주시장이 선거 기획사로부터 비용을 면제받는 방법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의 형이 확정된바 있다. 선출직 공무원에게 정치자금법상 선거자금 허위 회계신고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양 시장은 모두 '불법정치자금'이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임기 내내 재판에 시달리느라 시장으로서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재판을 이렇게 질질 끈다면 선거사범 신속재판 제도는 있으나마나다. 선거사범 신속재판 제도는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이 만들어지면서 처음 시행됐다. 당선자격에 문제가 있는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재판을 빨리 마무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이 늦어지면서 아무리 잘못해도 임기까지는 간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공직선거법상 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고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각각 1·2심이 끝난 뒤 3개월 내로 마무리 짓게 돼있지만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권 시장과 이 시장 모두 당선된 직후부터 재판이 시작됐으나 대법원까지 가면서 3년4개월 이상 시장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법원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는 시장이 조직을 장악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전시가 대전도시공사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 무산에 따른 부실감사와 후배공무원 성희롱사건, 영업장에서 음란 행위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청주시 역시 현직 구청장이 음주단속을 거부하고 공무원이 보도방을 운영하거나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등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행태를 보인 것도 공직기강이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나간다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이다. 법원이 이들 시장의 재판을 신속히 끝냈다면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뽑아 시정(市政)이 훨씬 안정됐을 것이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승훈 청주시장의 시장 직 박탈은 법의 잣대가 엄격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론 판결이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차후엔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신속하게 처리해 행정누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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