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클립아트 코리아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전까지 단순히 농사를 짓는 노동이 90%이상 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농사 이외의 노동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제가 자국의 탐욕을 채우고자 우리 땅에 공장을 세우고, 농사짓던 사람들을 노동자로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고 1960년대 들어 경제개발의 이름아래 미국원조와 외국자본의 차입형태로 공장을 지어 외국에 내다파는 수출로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 정말 우리 부모님과 형님, 누나들의 피땀이 얼룩졌던 사실을 우리 60대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 고등학교 다니던 60년대는 그 피크를 이루었었지요. 우리 집에도 시골에서 올라온 먼 친척 누나 둘이 잠만 자면서 공장에 나가 일을 했었습니다. 아마 하루 3교대를 했었던지 새벽에도 나가고, 한 밤중에도 나가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 때는 공장에 나가는 것 말고도 버스에서 돈 받는 차장으로, 다방에 나가 차를 따르던 '레지'로, 집에서 밥을 해주는 '식모'누나의 모습도 보통이었던 것을 나이 드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지금은 버스를 타도 자동으로 돈이 결제되고, 손님이 스스로 갖다 먹는 셀프카페가 일반적이고, 집안일은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모습이 보편화 되었습니다. 은행을 가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고, 거액의 대출 등 아주 중요한 거래 이외에는 은행원을 만날 필요가 없어졌지요. 사실 읍면동 같은 관청도 인터넷 등의 온라인 처리가 더 편리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노동을 대신하게 되는 모습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을 것입니다. 19세기 초 영국의 직물공장에서 수동으로 제조하던 것을 기계로 대체하자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운동이 있습니다만, 미국의 예에서 보듯 당시 90%의 농부들이 현재 2%미만으로 줄었어도 사회구조의 큰 파탄 없이 순탄하게 산업사회로 변화하여 발전한 것을 보면 그렇게 극단적인 사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문제가 다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명명한 Klaus Schwab교수는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직업은 과거의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직업의 수보다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그가 인용한 옥스퍼드대학의 마틴스쿨연구소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새로 나타난 산업분야에 고용된 미국의 노동인구는 고작 0.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연구소에서 자동화가 될 확률이 높은 700가지 직업에 순위를 매겨 자동화 확률이 높은 직업군과 낮은 직업군을 수치화해서 발표했는데 각각 7가지 직업을 들어보겠습니다.

고위험 직업군
▶ 텔레마케터 ▶세무사 ▶보험조정인 ▶스포츠심판 ▶법률비서 ▶식당종업원 ▶부동산중개인

저위험 직업군
▶정신건강상담사 ▶사회복지사 ▶안무가 ▶내과의사 ▶심리학자 ▶HR매니저 ▶고고학자

이를 보면 자동화가 되면 사라지기 쉬운 직업군은 거의 표준화된 규정에 대입만 하면 가능한 분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은행이나 통신사, 관공서 등 개인 휴대전화 이외의 대부분 전화에서 ARS 즉 자동응답서비스로 기계적인 음성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또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경기를 보면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비디오판독을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 심판도 기계가 할 것 같습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반대로 저위험 직업들은 인간의 스킨십이 되는 분야입니다. 마음을 풀어주는 심리적인 분야와 인간의 작위적 창의력이 꼭 필요한 분야, 인간관계에 관련된 것은 기계가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의 우리 노동은 이렇게 단순육체적인 분야와 표준화가 가능한 분야는 과학기술이 대체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체온이 따뜻하게 우러나와 감정과 창의적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는 대체가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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