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뉴시스

얼마 전, 상주시 외남면 구릿뜰농원(대표 배용식)에서 주최한 소비자 초청 '녹색체험 곶감 깎기'에 참가하러 서울에 거주하는 고교동기들과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이 체험에는 서울, 대전, 대구, 상주 등 전국에서 온 고교동기들이 함께했다. 전국에 사는 동기들이 연로하신 은사님들을 모시고 여러 지역에서 모임을 갖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모두들 열성적이다. 고교 선배이며 모교에서 교장으로 퇴임한 은사 K선생님도 동행을 했다.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한 C가 근처에 있는 고교시절 수학을 잘 가르친 C선생님 묘소에 참배 하자고 제안을 했다. C선생님은 별명이 수학선생님답게 별명이 '차 찬바람'으로 우리 동기들에게 명 강의로 기억에 남는다.

상주에는 곶감으로 만들면 맛있는 둥글둥글한 감이 많다. 둥글둥글하다고 해서 '상주 둥시'라는 이름을 얻었고 물기가 적고 탄닌 함량이 높아 곶감 만들기에 좋은 품종이다. 감은 청도 반시, 산청 고종시, 임실 먹시, 논산 월하시 등 지역 특성에 따라 맛도 모양도 다른 감의 종류들이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상주 둥시로 만든 곶감은 예부터 한겨울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입에 착착 감기는 달고 보드라운 맛으로 유명하다. 또한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상주곶감이 임금에게 진상되었다는 '예종실록'의 기록도 있다. 감을 말려 곶감이 되면 당도는 3~4배가 되고 비타민 등 영양가도 훨씬 높아진다. 호랑이가 온대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을 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방긋방긋 웃는다는 이야기는 상주곶감의 감칠맛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곶감공원에 갔더니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을 테마로 스토리를 입혔고 곶감에 대한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 볼거리, 체험거리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을길로 조금 걸어 내려오다 '하늘아래 첫 감나무'로 불리는 수령이 750년 된 감나무를 보았다. 이 감나무에서 열린 감으로 만든 곶감은 일반 감보다 몇 배는 더 비싸게 팔린다고 하는데, 몇 백 년 된 나무의 정기를 함께 누리고 싶은 사람들의 작은 소망 같기도 하다.

함께 참석한 남녀 모두 곶감 깎기 체험을 하였다. 손으로 깎는 게 아니라 요즘은 기계화가 되어 생감을 기계에 꽂아 작동을 하면 껍질이 사르륵 깎였다. 가을을 보내며 곶감 깎기 녹색체험에 참가하여 동기들도 만나고 우정도 나누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이번 행사에 관광버스 임대료를 지원한 전 총동창회 회장 C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제공한 J에게 감사함을 표명한다. 남에게 베풀고 사는 삶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좋은 계절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한평생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10대 때 청운의 꿈을 펼치며 만난 고교동기들이 주류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 로빈 던바 교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절친은 5명, 그 다음 절친은 15명, 좋은 친구는 35명이라고 했다. 국내 설문 조사에서도 진짜 친구는 5명 이하라는 응답이 대부분이다. 어려울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의리와 우정이라는 가치를 공유한 인생의 동반자이다. 이번 여행 중 마음 통하고 뜻 맞는 동기들과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나니 마음이 환해졌다. 내 주변에 질친 5명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귀가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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