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고사장 고교건물 내진율 28.5% 불과
불안한 수험생 시험실 벗어나면 0점 처리

/뉴시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충북도내 학교건물 내진적용률이 2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충북도교육청의 학교시설 내진 현황에 따르면 초·중·고·특수학교 내진대상 건물 1천541동 중 내진적용 건물수는 441(28.6%)동 이다.

초등학교는 756동 중 214동(28.3%), 중학교는 326동 중 94동(28.8%), 특수학교는 20동 중 8동(40.0%)만 내진이 적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 고사장으로 쓰이고 있는 고등학교는 439동 중 125동(28.5%)만 내진 적용됐다.

충북도교육청은 15일 수능 연기와 함께 지진발생 당일 수험장의 '지진 대처 단계별 대처 가이드라인 및 지진 발생시 행동 요령'을 발표했지만 수험생들은 내진설계도 안된 건물에서 이 매뉴얼이 지켜질지 의문이고, 만약에 감독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시험장을 이탈하게 되면 시험포기자로 간주돼 혼란만 일으킨다는 반응이다.

충북지역 학생들의 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는 "내진설계도 안된 건물에서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3단계로 구성된 지진 대처 단계별 가이드라인을 보면 '가단계'는 진동이 경미해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치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학생 반응과 학교 건물 상황에 따라 일시 중지 또는 책상 아래 대피가 가능하다.

'나단계'는 진동이 느껴지나 안전성이 위협받지 않으므로 시험을 일시 중지하고, 책상 밑 대피한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시험을 재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단계'는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므로 시험을 중지하고 책상 아래 대피했다가 교실 밖(운동장)으로 대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 시설 피해가 경미하고 수험생들이 안정적인 경우 시험을 계속할 수 있다.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에 따르면 상당한 진동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 시험장 책임자(학교장) 또는 시험실 감독관은 신속하게 '시험 일시 중지, 답안지 뒷면이 위로 오도록 답안지 뒤집기, 책상 아래 대피'를 지시한다. 또 지진 정도가 큰 것으로 통보받거나 시험장 책임자가 교실 밖 대피를 결정한 경우에는 민방위 훈련 시와 마찬가지로 질서 있게 운동장으로 대피해 대기한 후 시험상황실에 보고한 후 시·도상황실 지시에 따르게 된다.

하지만 지진을 감지한 수험생들이 시험장 책임자 또는 시험실 감독관의 판단이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시험장을 벗어나면 시험포기자로 간주돼 성적이 0점 처리된다. 그야말로 수능을 마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할 경우 과연 학생들이 시험장 책임자 또는 시험실 감독관의 판단이나 지시를 기다려 줄 것인지, 또 지진 전문가가 아닌 책임자 등이 대피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수험생들이 공포감을 느껴 임의로 시험장 밖으로 대피할 경우 매뉴얼대로 이들을 전부 시험포기자로 간주해 0점 처리하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