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로 대학 가는 정시 준비생들 불만 고조
수능교재 대부분 이미 처분 일주일 준비 막막
충북도내 고교 학사일정 조정 등 긴급대책 마련

지난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가운데 16일 수능이 치러지기로 예정됐던 각 시험장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충북교육청 56지구 제2시험장으로 지정된 충북고등학교 관계자는 "학사일정에 차질이 크다. 3학년 학생들은 내일부터 등교해 자율학습 등을 하지만 급식 일정이 끝나 도시락을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신동빈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갑작스런 포항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고3 수험생과 교육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16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수능시험 12시간을 앞두고 연기 결정이 내려지면서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수험생들은 그동안 공부해 온 책 등 교재를 이미 폐기처분한 상태라 1주일 동안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청주시내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수능 고사장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환경정리 차원에서 수능 전에 학교별로 일제히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

수험생 김 모양(18)은 "수능이 연기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고 친구들 대부분이 교재를 처분했다"며 "당장 오늘부터 무슨 책으로 공부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수능 점수로 대학을 가야하기 때문에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청주 A고교는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많아 수능연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포항지진의 영향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책거리 등의 이유로 수능 오답노트와 문제집 등을 처분한 학생들이 공부거리를 찾기 위해 서점을 다시 찾는 해프닝을 겪고 있는 가운데 16일 청주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는 수능대비 문제집들이 버려져 있다./신동빈

수능시험일에 생활리듬을 맞춰왔던 고3 여학생들은 생리주기까지 조정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는데 '멘붕'에 빠졌다.

여학생 이 양은 "수능시험일이 생리주기라 한의원에 가서 생리를 늦추는 약을 복용했다"며 "남은 일주일간의 컨디션 유지가 중요한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충북도내 고등학교도 일주일 미뤄진 수능일정에 따라 학사일정을 전부 조정하느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청주 B고교는 교장 주재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3학년 수업을 평상시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오후 4시30분에 하교하고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오후 10시까지 자율적으로 야간자습을 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수능이후 3학년 급식에 대해 정상등교하는 17일은 갑자기 준비하기가 어려워 각 가정에 도시락 준비를 문자메시지와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20·21일 급식은 긴급한 수요조사를 통해 학교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청주시내 C고교는 시험감독 교사 등의 식사를 위해 140인분의 식재료를 준비했는데,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로 이를 모두 지역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입 수능시험 시험장으로 정해진 청주·충주·제천·옥천 4개 지구, 31개 고등학교는 이날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시험장 학교가 아닌 나머지 고등학교는 전날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1·2학년을 등교시켜 정상 수업을 진행했다.

도교육청은 시험연기에 따른 대책방안을 마련했다.

수능 시험지 보관과 보안 관리를 위해 시험지 보관 장소와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시험실은 재배치 할 예정이다. 예비소집은 오는 22일 다시 실시하고 수험표는 학교에서 일괄 관리하도록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천재지변으로 수능연기가 불가피했지만 수험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험일정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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