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비 과학 인재의 산실'인 청주시 상당구 충북과학고가 신축 축사 난립으로 지역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청주시는 이미 상당구 가덕면 상하리, 남일면 문주리 일대에 15곳의 축사가 있지만 충북과학고, 단재교육연수원, 유아교육진흥원과 함께 쓰는 정문 입구 쪽에 18곳의 '벌집' 형태 축사를 신규 허가했다. 충북과학고는 축사에 갇혀있는 셈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향후 한우와 젖소 600여 마리를 사육하는 30여 곳이 넘는 축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학생들은 당연히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도 악취와 소음, 해충 등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에겐 기가 막힌 일이다.
정말 심각한 점은 청주시 조례의 해석상 차이로 축사가 경쟁적으로 들어섰지만 설사 조례를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허가가 난 축사를 규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결국 허술한 청주시 조례, 청주시와 교육청의 잘못된 조례해석, 복지부동한 교육행정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운의 꿈을 안고 충북과학고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준 셈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조례와 현실의 괴리다. 단재교육원과 유아교육진흥원, 충북과학고 등 일대 충북도교육청 소유 대지·임야·전답은 18만4천55㎡이며 이 중 대지 9만2천203㎡(1개 번지 4개 필지)를 단재교육원이 관리하고 있다. 축사들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충북과학고 교육환경보호구역(절대·상대보호구역)에서 벗어나 있다.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이상 떨어져 있다. 관련 법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축사 허가는 '10가구 이상 인구 밀집지역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500m 이상의 이격 거리를 둬야한다'는 청주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마을과는 떨어져 있지만, 단재교육원, 유아교육진흥원, 학교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축사 건립이 추진된 것이다.
황당하게도 경계지점과 인구밀집지역의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 10가구(10~30명가량)는 인구밀집지역이라고 보호하고, 과학고 학생, 교직원 173명이 생활하는 기숙사는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기숙사)'으로 분류돼 보호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법규에 맞게 공동주택으로 기재했다면 가축사육이 제한돼 이번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주시는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문제는 충북과학고 주변 축사난립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날로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청주시, 교육청, 학교운영위는 책임소재 때문에 공방전을 벌이고 있지만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학생들만 고통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악취와 소음이 우려되는 학교에 누가 입학하려 하겠는가. 관계당국은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중지(衆智)를 모아 반드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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