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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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가구업체 한샘의 '신입사원 성폭행' 논란, 한림대 성심병원, '섹시댄스'부터 '김진태 후원금' 강요 논란 등은 소통 도구, 특히 익명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의 덕분에 공론화가 되고 있다. 조직에서 익명 소통이 가진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익명 소통(anonymous communication)은 '날 것 그대로의 의견'이 오고 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 비하 발언들이 오고 가기도 하지만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 의견을 펼쳐야하는 상황에서 자기검열 (self-censorship) 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익명 소통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익명이기 때문에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통은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좋은 도구이다.

익명 소통은 긍정적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한다고 본다. 첫번째는 '가면'의 역할을 한다. 가면을 쓰면 어떨까? 조금은 더 과감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익명 소통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의견이야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첫 단계이다.

두번째는 '으르렁'의 역할을 한다. 집단지성은 경청과 배려도 중요하지만 의견과 의견의 충돌이 일어나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굴을 맞댄 Face to Face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의견의 충돌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회의석상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의견과 의견이 싸워야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인 토론이 될 수 있다.

세번째는 '해우소(사찰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말)'의 역할을 한다. 어떤 고민이나 걱정, 불합리를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말함으로써 볼 일을 보고 해우소를 나왔을때 상쾌함처럼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같은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쉬운 공감을 이끌 수 있고, 실제 그렇게 반응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체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기업 내 소통 문화는 어떻게 해야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최근 기업들이 강조하고 있는 "수평"이라는 단어가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 수평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익명 소통은 장치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공개적으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두려움과 관대함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최익성 플랜비디자인·트루체인지연구소 대표

첫째, '두려움'이다. 우리는 공격, 비난, 부정 등의 반응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다. 익명 게시판에 부정적 언어, 비판적 글, 엉뚱한 글을 올리는 분들이 분명 있다. 언제나 역기능은 존재한다. 그 역기능이 두려워서 의견을 듣는 것이 멈춰서는 안 된다.

둘째, '관대함'이다. 차이에 대한 기본적 인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을 보자.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에 대해, 그리고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두려움에 맞서는 것과 관대함을 키우는 것이 용기를 내지 않고도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올바른 소통 문화를 정착하는 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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