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강경역사관 / 이정원

최근 충주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조선식산은행 건물을 두고 시와 일부 시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픈 역사인 만큼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본의 잔재를 지워버려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지난 5월 29일 등록문화재 683호로 지정된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해당 건물은 현재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중심지 한 가운데 우두커니 자리잡고 있다. 현대적 건물 사이에 자리한 일제시대 건물이 주는 괴리감 때문인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관심 역시 뜨겁다. 시는 방치된 건물을 보존·활용하자는 입장인데 특히 '복원'이 아닌 '보수'라는 의견을 분명히 하고 미술관 건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충주지점건물 복원반대 시민행동'은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충주시가 붕괴 직전의 건물에 7억여 원의 세금을 들여 왜 매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충주식산은행 건물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충주의 역사와 정체성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이정원 영상미디어부 차장

한편 충주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강경은 식산은행을 근대문화역사의 살아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07년 4월 40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구)조선식산은행 강경지점은 기존 개인 소유의 젓갈 창고였지만 이를 논산시가 매입했다. 시는 강경에 보존해야 할 근대문화유산이 많다는 점에 착안, 식산은행 건물을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역사 학습의 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강경에 있는 박범신 작가 문학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강물은 여한이 없다. 질펀한 갈대밭을 좌우로 거느린 채 나바우성당 숲속을 흘러가고 말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건물하나 헐어서 강물에 흘려버리면 끝나는 것이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좀 더 높은 수준의 대화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 잔재의 아픈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답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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