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 코리아

술의 힘을 빌려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소위 '주폭(酒暴)'이 사회문제 된지 오래다.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된채 남의 기물을 부수고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이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는 주폭은 우리사회 '공공의 적'이다.

그동안 주폭은 주로 음주량이 가장 많은 40대와 50대 남성들이 대다수 였지만 최근엔 연령층이 낮아지고 여성주폭도 많아졌다.

하지만 지난 18일 아침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여중생 주폭들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교육의 도시'라고 자부하던 청주가 어떻게 이 지경으로 변질됐나 걱정스러울 정도다. 지역 공동체가 다 함께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날 미성년자인 2명의 여중생들은 술에 취해 갑자기 인근에 주차된 영업용 택시 사이드미러를 부수고 이를 항의하던 70대 중반인 택시기사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얼굴에 솜털도 벗지못한 여중생들까지 험악한 주폭대열에 합류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른 아침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공공장소인 터미널에서 할아버지뻘인 노인을 구타했다는 것은 낮 뜨거운 음주문화, 비행 청소년 문제, 땅에 떨어진 경로효친 사상등이 바닥을 드러낸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는 주폭의 행태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청소년들의 일탈(逸脫)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3년전에는 경기도 수원의 모 호프집에서 술취한 여중생들이 행패를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지구대로 연행됐으나 그곳에서 침을 밷고 경찰관들에게 휴대폰을 집어던지는등 난동을 부렸다.

뿐만아니라 동급생을 의자와 유리병등으로 얼굴이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한뒤 이를 sns에 올리거나 심지어 모텔에 친구를 감금하고 수시간 동안 폭력을 행사한 여고생들이 신문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맨 정신으로 이런 흉악한 행위를 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이때문에 '조폭(組暴)'보다 청소년 주폭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50일간 특별단속을 통해 1만9천건의 주폭행위를 적발했다는 보도는 주폭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중에는 청소년 주폭들도 상당할 것이다.

이번 청주 여중생 주폭사건은 많은것을 시사(示唆)한다. 오로지 매상 올리기에 급급해 미성년자들에게 불법적으로 술을 파는 어른들의 그룻된 상혼(商魂), 핵가족시대 가정과 학교의 윤리교육 부재,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돼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 천박한 음주문화의 확산, 주폭에 관대한 법규등 복합적이고 고질적인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숨어 있다.

강력한 단속과 엄격한 처벌이 능사(能事)는 아니지만 킹핀효과(볼링에서 킹핀이 넘어지면 다른 핀도 같이 넘어지듯 범죄를 엄히 다스리면 다른 범죄자를 압박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관계당국은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추상(秋霜)같이 대처해야 한다.

이와함께 음주문화 개선과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는 일부 비행 청소년문제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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