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혁신학교를 가다] 6. 충북형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의 미래는

충북행복씨앗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출범식 모습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민주성, 자발성, 공동체성, 창의성'이라는 핵심가치를 지향하는 충북형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가 도입 3년을 맞았다.

지난 2015년 10개 학교로 출발한 행복씨앗학교는 현재 30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며 짧은 기간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17년 교육정책포럼을 위해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충북지부가 행복씨앗학교 교직원과 학부모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행복씨앗학교의 정책 중 잘 한 점으로 학생중심의 교육과정 운영(24%), 배움 중심의 수업실현(18%), 학생자치 활성화(14%), 인권 존중 및 학생 권리 향상(13%),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 마련(12%), 존중과 배려의 학교문화(11%), 성장 중심의 평가 혁신(8%), 냉난방 등 교육환경의 질 개선(8%), 교육여건 개선위한 다양한 사업 전개(2%) 순으로 조사됐다.

400명의 응답자들은 교육과정 운영이나 수업 변화, 학생자치 활성화, 인권존중 등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행복씨앗학교가 취지에 맞게 공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은여울중학교 학생들의 김장나눔 봉사 모습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행복씨앗학교는 작은 학교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력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고등학교의 진전 속도가 빠르고 청주지역이 약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와 논란의 시각도 많다.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저하'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 평균은 4.5%다.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전국 평균 3.6%)여서 중학교보다 고교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혁신학교를 기획했거나 담당했던 교사의 전출로 인한 구성원의 변화는 혁신학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오고 있다.

혁신학교의 빠른 양적 확대도 리더급 교사의 소진현상과 맞물려 혁신학교의 원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혁신학교처럼 전체적인 교과과정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일부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은여울중학교의 지위향상 시험 모습.

2017년 추진계획에 따르면 충북행복씨앗학교는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내년에 4년간의 중장기계획이 종료된다. 행복씨앗학교의 새로운 방향과 확산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도교육청은 청주교대에 위탁해 진행 중인 연구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행복씨앗학교의 일반화 등 향후 운영방향을 새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일반화는 두 가지 축으로 볼 수 있는데 혁신학교 숫자 자체를 늘리는 것과 혁신학교의 문화를 일반학교에 확산시켜나가는 것인데 연구 결과를 보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혁신학교 확산을 포함시켰다.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2015년 교육개정과 맞물린 혁신학교는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흐름이다.

하지만 세계가 인정하는 유럽 혁신학교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혁신학교의 모델을 만드는 데는 제도적으로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은여울중학교의 성장공동체 구조.

핀란드 교육 혁신의 새로운 방향은 혼합연령학급시스템 도입이다. 이 시스템은 핀란드에서 1995년부터 했으며 학급을 편성하는데 나이를 기준으로 나눴던 전통적인 방식 대신 무학년제로 한 학급에 속해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중통합학교에서 도입 가능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통합학교 정책이 실시돼 현재 전국에서 100여개의 통합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충북에도 4개의 초중통합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60명 이하 면단위 학교가 15곳이 있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지역도 학생 수 감소로 신설학교는 초중통합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에 막혀 시설통합에 그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2조를 보면 학교의 종류가 있는데 교원양성. 정원배정, 교육과정, 학제개편 등이 다 달라 통합학교에 적용할 수가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2조의 학교 종류에 '통합학교'를 추가하는 법령이 개정돼야만 유럽의 혁신학교처럼 교육과정 등 실질적인 통합학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천 덕산초중학교는 교육과정상 편제가 달라 정규교과 과정의 통합은 실시하지 못하고 방과후 미술활동이나 학생자치활동 정도에서만 연령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에는 올해 3월 도내 최초로 공립대안 중학교인 은여울중학교가 개교했다.

학업중단 등 위기의 학생 40명이 생활하고 있는 은여울중은 개교 초부터 각종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지금은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일반중학교와 달리 정규교육과정 외 특수프로그램인 대안교과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연중 실시하는 지위세미나를 통해 6단계의 성장공동체에서 자신의 지위에 맞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맞춤형 세미나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공동체 활동의 참여도, 성장 정도 등을 고려한 지위상승시험을 통해 도전정신을 기른다.

지위상승과 더불어 체험하는 봉사활동은 자신들이 겪는 역경을 딛고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다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은여울중 관계자는 "대안교육에 뜻을 같이 하는 교사들이 모였지만 실제로 대안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좌충우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 연수 등 교육프로그램과 역동적인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교사들이 에너지를 충천할 수 있는 힐링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학교는 특색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데 예산은 일반학교와 똑같이 지원하는 등 대안학교에 관한 제도적인 정비가 안돼서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기획취재의 자문을 맡은 안승문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새로운 혁신학교는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습이 중심이 돼야 한다. 학교가 참고서와 문제집에 머리를 가두고 정답을 맞추기 훈련을 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유용한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는 곳이 되도록 변화와 혁신을 꿈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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