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클립아트 코리아

올해 들어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초 대비 약 25% 가량 상승했다. 반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아주 저조하다. 주로 예·적금으로 운용하는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1%대이고,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도 3분기말 기준으로 1년 간 약 3~9%대로 아주 저조하다. 물론 운용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주식과 직접적인 비교는 맞지 않다. 또, 퇴직연금은 무엇보다 안정성을 강조하는 상품이니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노후를 책임지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관계자 모두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퇴직연금을 도입하였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났고, 퇴직연금 적립액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7조원에 이르러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다. 모연구소에서는 2019년에 적립금 규모가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는 약 80% 정도의 퇴직연금을 근로자가 운용할 수 없는 확정급여형(DB)으로 설정하고 있다. 나머지 약 20%는 근로자가 운용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인데, 이마저도 대부분을 채권혼합형으로 안전하게 운용하고 있다. 투자수단이 너무 단순하다보니 자본시장의 투자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우리의 노후자산으로써 그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운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가계자산의 비중으로 보더라도 퇴직연금은 금융자산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 맞는 관심을 갖는지 의문이다.

만약 신입직원으로 들어온 두 명이 있는데, 몇 십 년 후 퇴직연금을 잘 운용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의 퇴직연금은 엄청난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익률이 좋은 쪽은 복리효과가 발생한다.

퇴직연금 운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사업자, 정부 등 각 관계자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이 중 실질적으로 퇴직연금 주인인 가입자가 가장 많이 관심을 갖고 개입을 하여야 한다. 보통 가입자는 처음에 가입할 때만 잠깐 신경을 쓰다가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확정급여형(DB) 가입자라면 그렇게 하여도 되지만,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금이 좌우되는 확정기여형(DC) 가입자라면 수시로 자신의 자산을 점검하고 운용을 체크해야 한다. 요즘은 모바일 앱으로도 간편하게 조회하고 점검할 수 있다. 또, 사업자에게 제반 사항을 질문하면 운용에서 관리까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사업자는 가입자 연금자산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수탁자의무(Fiduciary duty)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사업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독려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한 가입자의 입장보다는 회사의 이익과 효율성 측면에서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업자는 가입자에게 다양한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가입자 교육을 강화하고, 고객 입맛에 맞는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정부는 연금자산 관리와 운용의 감독을 충실히 하면서, 한편으로는 연금자산이 잘 운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아직 연금자산과 사업자에 대해서 규제가 많다. 가입자가 운용을 잘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과감히 없앨 필요가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입자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 보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동안 원금손실 위험 때문에 가입자에게 맡겨두고 방치한 것에 대한 성찰과 함께 좋은 발전 방안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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