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 중부매일 DB

충북도교육청 직속 충북학생해양수련원 제주분원(제주수련원)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곳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내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건립된 이후 일반인들이 이곳을 예약하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못 꿀 일이고 교직원들도 예약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하지만 김병우 교육감과 측근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VIP룸에서 언제든 무료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교육감과 측근들은 학생들을 위한 수련원을 거의 별장처럼 사용해온 것이 된다. 김 교육감은 본인이 나서서 특혜사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이종욱 충북도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이 충북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힌 제주수련원 특혜사용 의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적폐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중부매일 보도에 의하면 이 의원은 "제주수련원에는 일반 객실보다 2배 가까이 크고 집기류도 다른 비공개 객실 2개(406호, 407호)가 있다"며 "도교육청이 왜 이 펜트하우스를 숨기고 지금까지 사용해 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객실을 사용한 도교육청 간부 이름을 거명한 뒤 "김병우 교육감도 올해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7박8일 간 비공개 객실을 사용했는데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휴가로 쓰는 경우엔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지난 3년간 관행적으로 무료 사용했다면 교육감에 대한 특혜 아니냐"고 지적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소위 VIP룸을 교육청 특권층들이 전용객실처럼 사용한 것은 물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시설에 공짜로 묵었던 것이 된다. 특권의식을 갖지 않았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도교육청은 지난 9월부터 비공개 객실인 VIP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제도개선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진작에 공개시설로 바꾸었으면 연간 4천명 이상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사용기회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김 교육감은 사상 첫 진보교육감이다. 보편적 교육복지와 기회균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제주수련원 특혜의혹을 보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취임사에서 "투명하고 신뢰받는 교육지원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이 제주수련원 객실 숙박대장을 요구했지만 수련원측은 '답변이 곤란하다'고 했다고 한다. 만약 김 교육감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런 식의 답변은 더 큰 의혹과 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류정섭 부교육감은 무료사용에 대해 "관행적으로 해 오던 부분"이라며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충북교육청이 매사에 이런 식이다보니 개혁과 변화는 허울좋은 말장난에 그치는 것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제주수련원 특혜사용에 대해 떳떳하다면 VIP룸 숙박대장을 공개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구구하게 변명하지 말고 도민 앞에 잘못을 사죄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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