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클립아트 코리아

고요한 바닷속이 얼마나 다이나믹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상에서 마카오로 가는 바다위로 끝없이 놓이는 교량공사에도 바다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가이드에 의하면 세계 최장 대교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총연장 55km의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강주아오대교'가 약 8년간의 공사가 끝난 후 올해 말까지 개통 될 예정이란다. 지난 2009년 말 착공된 강주아오대교는 약 13조원을 투자해 Y자 형태로 연결하게 된다. 교량 건설에 42만톤의 강철을 사용했는데 이는 60개의 에펠탑을 만들 수 있는 양 이라한다. 대교가 개통되면 현재 3시간 30분 소요되던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불과 30분으로 단축될 것이란다. 다시한번 올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다음엔 다리 위를 쌩쌩 달리고 싶다.

나는 지금, 한방의 대박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며 마카오로 가고 있다. 앞으로의 나의 운명이 '그뤠잇'이 될지 '스튜핏'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도박장에 도착했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도박 마니아들이 수십 대의 블랙잭 테이블에 둘러 앉아 도박에 흠뻑 빠져있었다.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 그저 감으로 투입구에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시작된다. 10불짜리 지폐 한 장을 투입구에 넣고 버튼을 눌렀더니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뭔가 결과물이 나온다. 20불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오, 이거 괜찮은데'또다시 10불을 넣고 기계를 돌렸다.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다. 더 할까, 멈출까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같이 갔던 사람이 자신의 돈을 몽땅 넣고 기계를 돌린다. 결과는 5,000불 당첨이었다. 나의 망설임은 끝이 났다. 이 기계에 20불 지폐를 투입구에 넣었다.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돌아가는 기계가 곧 멈출 것 같았는데 잠시 후 메인그림 옆에 보너스 그림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100배는 족히 넘는 지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불에 100배면 2,000불, 지폐가 수북이 쌓였다. 지폐를 가방에 대충 넣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엄마 도착 했어요" 딸아이가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잠에서 깼다. 선상에서의 짧은 낮잠이 내내 아쉽기만 했다.

마카오 호텔 카지노 규모는 실로 놀라웠다. 베네치아 호텔 천정은 조명으로 밤에도 낯처럼 느끼도록 한 것은 도박마니아들을 위한 것 이라고 했다. 카지노에 도착하여 호기롭게 꿈속에서의 기를 받아서 지폐를 넣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단 1불도 손에 쥐지 못했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 욕심이 바로 죽음에 이르는 길의 입구라는 것이다.

김민정 수필가

짧은 기대였지만 현실에 만족 못하고 자족할 줄 몰랐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한가! 세상을 살아가며 괴로워하고 근심 걱정에 함몰되는 까닭은 탐욕을 버리지 못함 때문이다. 마음을 비워 욕심을 떨쳐내면 마음은 물 흐르듯이 평온한 법인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마카오에서 세수(稅收)의 70%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스탠리 호'를 부러워했다는 자체도 욕심이었다. 미움도 질투도 모두 욕심의 다른 이름이다. 욕심이 많으면 타인을 부러워하게 되고 부러움이 지나치면 질투가 되고 그러다보면 마음이 편한 날이 없을 뿐 아니라 판단력도 흐려지게 마련이다. 단 한 번의 체험으로 끝이 났지만, 흔들림이 없는 바다처럼 앞으로 남은 일정은 훨씬 편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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