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클립아트 코리아

"아빠는 스무살로 돌아가면 뭐할거야?" TV드라마를 함께 보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필자에게 물었다. 물론 필자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할거다"라고 짐짓 진지하게 대답했다. 딸과 함께 보던 드라마는 '고백부부'라는 타임슬립 드라마로 이혼을 한 40살에 가까운 부부가 20대로 돌아가서 각 각 첫사랑을 만나는 내용이었으므로 필자가 꼰대신공을 발휘하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면 자기 엄마를 닮아 아빠를 당황시키는 재주가 출중한 딸로부터 필자의 과거를 추궁당했을 터였고, 종국에는 필자의 배우자에게 억울하게 눈흘김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여행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쓰여왔다. 망상하기를 좋아하는 필자는 지금도 시간여행과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다만, 과거와 바뀐 것이 있다면 어릴 때는 단순한 호기심에 각종 첨단 과학을 구경해 볼 수 있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주된 흥미의 대상이 되었다면, 요즈음은 아쉬움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더 큰 흥미를 갖는 다는 것이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더 매력적여 보이는 이유를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마 정보의 비대칭이 극에 달한 상황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영화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주인공이 당시 사람들은 모르는 향후 개발될 땅을 사라고 조언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이것은 과거로 돌아간 현재인과 과거의 인물들 간의 정보의 비대칭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법조인들은 그러한 정보의 비대칭 상황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소박함을 벗지 못하는 것 같다. 몇몇 동료들에게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대부분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더 빨리 유능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답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각종 시험의 기출문제를 알고 있을 터이니, 더 빨리 더 좋은 변호사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나 큰 돈을 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음에도 법을 먹고 사는 송충이답게 열심히 법이라는 솔잎을 뜯어 먹겠다는 모습이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나마 야망있는 변호사는 건국초로 돌아가서 헌법의 아버지가 되겠다거나,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대법원 판례를 자신이 먼저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이야기 했으니,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서 현대 과학지식을 가지고 역사를 바꿔보겠다는 허황되기까지 한 야심을 가지고 삼국시대의 정치지형을 공부한다거나, 가끔 쓸데없이 공학을 공부하려 한다거나, 전기의 원리 등을 공부해야 하나 고민했던 필자를 조금은 창피하게 만들었다.

듣자하니 교황청 어딘가에 타임머신이 있어서 고위 성직자들은 시간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과학자는 연구끝에 아주 미세한 입자를 시간여행 보냈다는 기사도 읽은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가 바뀌었다면 현재를 살고 있는 필자의 기억도 바뀌었을 것이고, 미래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필자도 인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이도저도 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정리하면서 시간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거두었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어쩌면 설레는 미래를 기다리면서, 혹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추억하면서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행복의 본질일 수 있겠다. 차라리 도깨비가 되어 영생을 누려볼까? 그것도 공유처럼 잘생긴 도깨비에게나 좋을 일이지, 그리 호감가지 않는 외모를 하고 영생한다는 것도 필자에게 또다른 저주가 될듯하여 도깨비의 영생에 대한 생각도 이내 접는다. 생각해보면 아주 먼 미래로 가거나, 영생을 하면 조상으로 취급받으면서 진화한 미래인들 틈바구니에서 미개인으로 살아가거나, 과거로 돌아가면 각종 미래정보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미래 기술개발을 위해 노동력 착취당하면서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저 돌아가지도 먼저가지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이 장땡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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