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 클립아트 코리아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소원한다. 그런데 행복한 가정을 이루러면 많은 것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작은 행동과 배려가 큰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 때마침 (사) 두란노 아버지학교 운동본부 제천지부가 주관하는 아버지학교가 지난 10월 14일부터 5주간 제천 동신교회에서 개강되었다.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평소에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자녀가 바뀌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터라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

아버지 학교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던,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행복한 아버지, 사랑받는 아버지가 될 것을 가르친다. 특이한 점은 아버지 학교는 작은 실천을 통해 소통의 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당연함에서 감사함으로 작은 배려가 큰 행복을 낳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그것이 다름아닌 아버지학교 숙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숙제치고는 난해했다. 이론이 아니라 실기가 들어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아버지께 편지쓰기, 아내에게 편지쓰기, 자녀에게 축복기도 해주기,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 써 보기, 아내와 자녀를 꼭 끌어안아 주기 등이다. 혹자는 늘 하던 것인데 뭐 그러시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고 보니 특히 아내를 사랑으로 안아 준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아버지 학교를 수강하는 동안 다시한번 가족의 소중함, 가족의 사랑스러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먼저 처음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 여정을 진지하게 되새겨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아내에게 쓰는 편지에 사랑스런 20가지를 적으려고 보니 생각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하나둘 적다보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그동안 권위만 내세웠지 별로 해주는 게 없었던 것 같다. 불현 듯 이런 유행가가 뇌리를 스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 말이다. 아울러 아들과 딸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 이 또한 잘 해준 것보다는 못해준 것이 왜 그리 많은지 미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번기회에 더욱 고마운 것은 아들·딸의 장점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쓰기는 장점 엿보기 운동이었다.

이성범 수필가

어느덧 학교 수료식을 맞았다. 아쉬운 점은 좀더 일찍 이런 아버지 학교에 입학했으면 좋으련만 이순(耳順)이 되어서야 마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괜찮다. 노인 할아버지가 아니라 어른 할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 노인과 어른은 다르다. 노인은 누구나 시간이 가면 될 수 있지만, 어른은 남을 배려하며 타인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아버지학교의 목적은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로 좋은 남편으로 아버지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가르침이고 대답이었다.

우리는 행복한 가정을 소원하면서도 늘 바쁘고 고단한 삶 때문에 어떤 것이 행복인지 어떤 것이 가족애인지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무릇 행복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우리가 맺고 있는 소중한 관계들이다.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길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우리 모두의 행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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