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 지진 현장 사진 / 뉴시스

경북 포항 지진으로 인해 각종 건축물도 커다란 피해를 당했다. 민간 시설 피해를 보면 주택 1천161건, 상가 84건, 공장 1건 등 1천24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이재민 수도 거의 2천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여진(餘震) 등으로 불안한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공건물 피해도 400개소가 넘었다. 주로 경북에 집중됐지만 울산, 대구, 대전, 전남 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 5.4 지진치고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만약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기습적으로 찾아온다면 '가분수 구조'인 40만 세대의 다세대주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포항시 장성동 원룸촌 필로티 주택 기둥은 처참하게 부서진 상태로 위태롭게 서있는 모습이 뉴스화면에 등장했다.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상상만 해도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전문가들은 동일본 대지진이후 한반도 지각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강진은 언제든 올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1년 규모 8.8의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도 일 년 새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라 규모 5.8, 5.4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보면 지진 안전지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번 포항지진은 무방비에 놓인 건축물에 대한 안전문제를 환기시켰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건축물중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 의외로 적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8천172동중 내진설계가 이뤄진 것은 56만3천316동(20.6%)에 불과했다. 10개중 8개는 내진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신축건물이나 대형 인프라는 내진 설계와 관리가 잘된 편이지만 노후 주택이나 상가 등 소규모 생활시설은 '포항지진' 규모에도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내진설계보다도 내진설계가 공사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감리도 은근슬쩍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부실시공은 유사시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포항 한동대처럼 골조를 아무리 튼튼하게 시공해도 벽이나 외장재가 떨어지고 쓰러지는 경우 자칫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다.

포항과 경주는 바닷가지만 내륙지방이라고 지진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충북의 경우 지난 1978년이후 33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1978년 9월 속리산 부근에서는 규모 5.2의 지진이 찾아와 인근 마을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물은 21.7%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한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60% 가량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기회에 내진안전진단을 통해 건축물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또 건축주에게 건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 지진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도 지진은 점점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그리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더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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