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 상정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16명 중 찬성 162명, 반대 46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됐다. 2017.11.24. / 뉴시스

아직도 의혹투성이인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제1호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때 늦은 감이 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특별조사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에 빠트린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세월호 참사및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한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오랫동안 누적된 온갖 악습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를 내렸던 부조리한 현실이 한순간에 빚어낸 최악의 비극이었다. 이 참사로 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안산 단원고학생 등 304명이 사망했으며 9명의 희생자는 아직도 수습하지 못했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객실을 증설하고 선적한 컨테이너와 차량을 과도하게 싣게 한 선박회사와 승객보다 먼저 탈출한, 직업윤리도 영혼도 없는 승무원들도 개탄스러웠지만 긴급재난에 우왕좌왕하면서 시간만 허비한 부실한 재난구조시스템, 그리고 그 긴박한 순간에도 국가적인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은 "이게 국가냐"는 비탄(悲嘆)과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마찬가지로 2011년에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비윤리적인 기업과 무책임한 정부의 민 낮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망자는 1190명, 피해자는 5598명에 달했다. 레킷벤키저나 세퓨등 외국계기업과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유수의 유통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됐다. 이들은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다수의 소비자 사망사건이 발생했지만 철저히 책임을 외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뻔뻔스러운 제조사들의 태도는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1기 세월호 참사 특조위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국정조사 특위 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커다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조위 보고서에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과 대책, 책임 있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이 포함된다. 이 법안이 발의된 것은 한국사회를 강타(强打)한 두 참사의 진상을 속속들이 밝혀 두 번 다시 불행한 재난·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특조위에서는 혹시라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공방에 치우쳐 시간낭비 해서는 안된다. 관건은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고질적이고 불합리한 관행, 비윤리적인 기업문화 등 병폐(病弊)를 철저히 규명해 더 이상 국가적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제도가 미비해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 참사 특별법'의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대한민국이 안전한 국가, 선진사회로 가기위해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각 구성원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참사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