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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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에겐 '복덩어리'가 있다. 둘째딸 민정(26)씨다. 재벌가의 병역면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을 때 해군에 자원입대해 소위로 임관, 화제가 됐고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을 타고 중동 아덴만으로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 회장이 2012년 횡령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됐고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옥중(獄中)경영을 할 만큼 그룹 전체가 힘든 시기에 최 소위의 파병소식은 그룹 이미지 변신에 큰 역할을 했다. 네티즌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찬사를 들었으니 부모에게 큰 효도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특별한 케이스다. 상당수 재벌가는 자식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의 갑질과 철없는 행태에 반기업정서가 강해지고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드러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영화 '베테랑'이 천만관객을 돌파한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했지만 '조태호(유아인 분)로 상징되는 금수저의 일탈을 다양하고 리얼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회사 임직원을 수시로 구타하는 등 노예처럼 부리고 돈의 힘을 앞세워 약자를 마음껏 조롱하고 괴롭히는가 하면 광고를 미끼로 여배우를 농락 하는 등 천박한 졸부근성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재벌회장은 자식에게 관대하다. 성장과정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서민들의 애환은 눈 곱 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있을 리 없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해결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이들에게 체질화됐다.

지난주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세째아들 동선(28)씨다. 김씨는 지난 9월 김앤장 신입 변호사들의 친목 모임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변호사들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했다. 이 자리에서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 "허리 똑바로 펴고 있어라", "존댓말을 써라" 등 '갑질 대사도 등장했다고 한다. 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들조차도 머슴취급 당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1월에도 술집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이동 중인 순찰차 안에서 발길질을 해 차량을 훼손했다. 사죄도 잦으면 영혼없다는 말을 듣는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최순실 딸 정유라는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자식을 잘못 가르치면 그 화살은 부모에게 꽃힌다. 김승연 회장은 사과문에서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2002)'엔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아버지가 오랫동안 쌓아놓은 탄탄한 조직을 무너뜨린 아들이 나온다. "Sons are put on the earth to trouble their fathers(아들은 아버지를 괴롭히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한때 오른팔이었지만 이젠 원수가 된 부하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자식은 아버지의 신산(辛酸)한 삶에 희망이 되고 보람과 행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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