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1997년 11월 21일은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을 맞아 현 상황을 진단하는 다양한 기획물들이 쏟아졌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가장 어려운 시기로 이때를 꼽고 있다. 그 이후 한국경제는 놀랄만한 속도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하고 성과에 가려져 있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조선·철강·화학업종 등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던 주력산업들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요즘 최근 반도체 호황을 이어받을 성장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는 매섭기만 하다. 학계와 기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한국경제가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라는 비유에 공감하는 비율이 88.1%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벗어날 시간으로 1년~3년 이내라는 응답이 63.3%였다. 5.6%는 이미 지났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이 매우 비관적임을 알 수 있다. 이 기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세심한 대안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 난국을 타개할 방책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 벤처투자자금의 획기적 증대, 창업·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 등 3대 추진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벤처확인제도를 혁신·성장성 중심으로 전면 개편, 대기업·중견기업의 우수인력들이 적극적으로 혁신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사내벤처·분사창업 활성화, 앞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조성, 그리고 10년 만에 부활하는 스톡옵션 비과세 특례, 엔젤 투자 소득공제 확대, 우리사주 소득공제 한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연대보증제 폐지, 재기사업자 지원 등 재도전·재창업을 위한 안전망도 구축될 예정이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극복과 성장지원 강화 방안도 눈에 띈다.

향후 성장의 핵심동력을 혁신창업 활성화에서 찾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인만큼 그들의 투자여건을 양호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이 지난 9월에 발표된 '새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를 진일보시키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파격적 규제 완화에 대한 기업인들의 계속되는 호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개최한 워크숍에서 한 기업인은 세계 100대 혁신사업 중 한국에선 57개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민간의 사업기회를 막고 있는 장벽을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도 벤처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창업생태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이후 국내 혁신창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존 비즈니스모델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혁신성장에서 찾는다면 우선 기업인들의 기(氣)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지금까지의 규제가 불신에 기초했다면 신뢰 기반 프로세스로 바꿔야 한다. 활기찬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실패해도 마지막 기회(The Last Chance)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북돋아야 한다. 현재 흐름이 제2의 창업 열풍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창업 거품에 그칠지는 면밀하고 촘촘한 실행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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