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 수필가

거제시 청마기념관 / 뉴시스

최근에 거제도를 여행하며 청마기념관(靑馬記念館)을 갔다. 청마기념관은 산골 한적한 곳에 위치하여 조용했다. 그곳에는 청마생가와 묘소도 같이 있었다.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이 시는 청마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이다. 필자는 오래 전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시집을 읽었는데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문학을 갈구하기도 했다.

청마 유치환과 정운 이영도가 처음 만날 때 유치환은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있었고, 이영도는 같은 학교의 가사교사였다. 그런데 유치환이 정운에게 보낸 5천여 통의 사랑 편지는 그 사랑의 모습을 잘 말해주고, 시인인 두 사람 간의 그런 사랑은 주옥같은 시를 남기게 했다. 그래서 요즘 많은 낭송가들이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를 많이 낭송하고 있다.

청마는 고향은 거제도이지만 통영에서 교직생활을 해서 통영에는 청마문학관이 있다. 그동안 이효석문학관, 김유정문학촌, 조지훈문학관, 이문열문학관, 윤동주문학관, 만해문학관, 조정래 아리랑문학관 등을 다녀왔지만, 사랑과 낭만을 연상하는 문학관은 청마문학관이 제일이다. 사랑과 낭만을 생각하면 오래 전 독일을 여행하며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 하우스'가 생각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많은 여인들과 염문(艶聞)을 뿌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둘러싸인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장승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유람선과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 섬 여행의 기분이 난다. 교직에 근무할 때 거제도의 외도와 해금강을 여행한 적이 있다. 해금강은 거제도 남쪽 갈곶리 바닷가에 있는 섬이다. 해금강 초입에 위치한 도장포의 '바람의 언덕'은 TV드라마 '이브의 화원', '회전목마', '1박2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래서 바람의 언덕을 갔었는데 경치가 참 아름다웠다. 유람선 선착장이 자리하는 도장포 작은 항구 오른편으로 자연 방파제처럼 낮게 누워 있는 언덕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류시호 시인 수필가

나무 계단으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어온다. 이름대로 바람이 주인공으로 정상 부근 벤치에 앉으면 지중해의 경치가 부럽지 않다. 여러해 전 이탈리아 나포리 항구와 소렌토항을 가보았지만 바람의 언덕이 있는 도장포 항구도 멋지다. 그 위로 쪽빛 바다를 향해 우뚝 서버린 풍차, 바람과 함께 자유를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댄다. 그 바람 속에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이번 여행길 존경하는 청마 선생의 기념관과 생가를 둘러보니 생명파 시인으로서 인간탐구를 지향한 거목으로 생명에 대한 애정이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거제도 순환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해변과 양식장들을 보았고, 바람의 언덕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덕분에 가슴속까지 후련함을 맛보았다. 한편 거가대교의 해저터널을 지나며 우리의 토목기술이 세계에서도 우수함도 확인했다. 한해를 보내며 거제도와 청마기념관 여행은 문인으로서 오래오래 기억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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