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클립아트 코리아

천륜(天倫)을 저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30대 엄마가 27일 아침 충남 홍성의 한 인삼밭에 생후 9개월 된 아기를 버렸다가 경찰에 잡혔다. 아이는 유기(遺棄)된 지 19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를 그 추운 인삼밭에 버렸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잡힌 이 엄마는 유기한 장소를 끝까지 밝히지 않아 밤새 수색 끝이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막막하다. 비정한 세태의 끝을 보는 듯하다.

아이 엄마는 생활난 때문에 아이를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말이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한민국이 최빈국이었던 1950년대에도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 이번 사건은 생명과 인륜의 소중한 의미가 점점 퇴색해 가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영아 유기사건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적으로 영아 유기 사건은 2011이후 5년간 608건에 달했다. 2016년에는 109건(잠정)이 발생했다. 매년 100명의 아이들이 친부모에게 버림받는 것이다. 미혼의 여성들이 원치 않은 출산을 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또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유기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올 초 충북 청주에서 20대 산모가 4년간 출산한 세 아기를 모두 버리고 달아났다. 이중 두 아이는 다른 가정에 입양됐고, 한 아이는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 산모는 10대 때도 아이 둘을 출산했으나 역시 친부나 위탁기관에 보냈다. 그동안 모두 다섯 명의 자녀를 출산했지만 정작 본인의 손으로 제대로 키운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대체 왜 아이를 낳는지 납득할 수 없다.

2016년 말에도 역시 청주의 모아파트에서 여고생이 유아사체유기혐의로 입건됐다. 이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영아 유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취업난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일부 젊은이들의 충동적인 행위도 원인이지만 점점 심화되는 핵가족화와 공동체 윤리의식 붕괴로 우리사회가 치유하기 힘들만큼 깊은 질병(疾病)에 빠져들고 있다는 증거다.

대가족 시절엔 조부모와 친인척이 젊은 부모에게 과잉행동에 제동을 걸거나 힘들 땐 양육을 도왔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되면서 물질만능주의와 함께 양육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지면서 영아 학대와 유기가 늘어나고 있다. 부모로서 책임감도, 생명의 소중한 가치도 모르는 일부 젊은이들에게 자식은 부담스런 짐이다. 이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숭고한 역할을 가르치는 부모교육이 절실해졌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우리사회 공동체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신생아 유기사망의 비극은 암세포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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