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아내와 팔공산 갓바위로 주말 산행을 다녀왔다. 팔공산 관봉 꼭대기에는 보물인 5.48m 크기의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불상의 머리 윗부분에 갓 모양의 모자가 얹혀 있어 '갓바위 불상'으로도 불린다. 갓바위를 향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행렬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기도 명소임을 실감케 했다. 갓바위를 찾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에 삶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살겠다는 결연하고 의연한 마음이 역력하다.

나이 들수록 삶이 고단하고 만만하지 않음이 명징(明徵)해진다. 세상살이의 역경과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자세가 삶의 정수(精髓)임을 실감하게 된다. 장석주 작가는 대추 한 알이라는 시에서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라며 작고 하찮은 미물에 속하는 대추 한 알이 성숙해지는 데도 온갖 시련을 견디는 인고가 따름을 직시한다. 대추 한 알은 대추나무가 제 모든 것을 쏟아 만들어낸 정성의 결실이다. 사람도 역경과 시련을 통해서 단련되는 법이다.

회피는 삶의 중심부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숨기 급급함이고 삶의 궤도를 벗어나는 일탈 행위다. 기시미 이치로 작가는 "인생의 과제 앞에서 우리들은 대부분 그 과제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체면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봐 두려워 인생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으려 한다. 혹은 응답하더라도 '만일~이라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과제에서 도망치려고 하기 일쑤다. 이처럼 인생의 과제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우리가 늘어놓는 구실들을 아들러는 '인생의 거짓말'이라 부르며 일축한다. 인생의 과제에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회피는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 상황, 대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태도이다. 내게도 뚜렷한 회피 증상이 있다. 심한 정체에 맞닥뜨리면 미리 겁을 먹고 어김없이 다른 길로 우회하기를 선택한다. 정체에서 받는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감내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결과는 매번 시간과 힘만 더 쓰게 되어 후회막심이다. 정체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회 길을 선택하는 행동이 내재화되어 습관으로 굳어져 삶에서도 회피증후군의 병리현상을 끼고 산다.

회피는 삶의 중심부를 벗어나 바깥에서 서성이게 만든다.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는 본질과 먼 삶이다.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는 삶은 고름을 짜내는 고통을 감수하고 견뎌낼 각오 없이 상처가 치료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 회피는 삶의 역경과 문제들로부터 겪게 되는 고통을 피하는 행동이다. 내면이 얕고 도전하려는 의지와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 회피다. 회피로는 삶의 문제들을 풀어내며 살기가 버겁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삶의 역경과 문제를 회피하는 경험의 산물들은 인생에 치명적이다. 서천석 작가는 "초보에서 고수로 가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경험의 아들이 직관입니다. 직관은 별다른 근거가 없어 보이지만 내면에서 수많은 경험을 녹여 정수가 우러나온 것이기에 가치가 있습니다."고 말한다. 세상살이의 역경과 문제로 겪게 되는 두려움과 고통에 겁먹고 도망치거나 숨지 않고 직면하며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 본질에 충실한 삶을 이끈다. 삶의 문제들에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 있는 마음은 위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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